전 세계 이색 새해맞이 풍경들…“흡혈귀야 가라” 그리스 문 앞에 양파걸기

양형모 기자

입력 2018-01-01 05:45 수정 2018-01-0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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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해가 떠오르지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르다. 네덜란드는 매년 새해 첫날이 되면 수영복만 입고 차가운 북해에 몸을 담그는 ‘북극곰 수영축제’로 유명하다. 사진출처|네덜란드 관광청 홈페이지

독일, 흑백영화를 보며 새해 기다려
멕시코, 빨간 속옷은 사랑의 전령사
스페인, 제야의 종소리 맞춰 포도 먹기


무술년 황금개띠해의 첫날이 밝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가족, 이웃, 지인들과 덕담을 나누고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설날은 아니지만(올해는 2월16일) 새해 첫날에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는 가정들도 있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새해맞이는 제각각이다. 축하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본 콘셉트’는 동일하지만 방식은 천차만별. 세계인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이색적인 모습들을 모아보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수영복만 입고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드는 진풍경을 TV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세계 각국, 심지어 한국에서도 종종 열리는 이벤트인데 원조는 네덜란드이다. 이름하여 ‘북극곰 수영축제’. 인간 북극곰을 체험하기 위해 올해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수영복 하나만 걸친 채 오들오들 떨면서, 하지만 활짝 웃으며 얼음장 같은 북해에 몸을 던진다.

그리스인들은 새해가 되면 문 앞에 양파를 걸어둔다. 흡혈귀의 방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좋은 일들이 새해에 다시 시작되라는, 즉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예술과 낭만’의 나라 프랑스의 국민들은 12월31일을 방구석에서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특별한 밤을 보내기 위해 광장으로 모여든다. 다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큰소리로 외치고, 새해가 되면 옆 사람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눈다. 영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다. 축하 키스를 뜨겁게 나누는 연인들의 실루엣 뒤로 저멀리 폭죽이 아련하게 터진다.

프랑스에서는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얇은 팬케이크인 크레페를 굽는다. 재미있는 점은 크레페를 구울 때 한 손에 동전을 쥔다는 점이다. 새해에 돈이 굴러들어오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이다.

독일인들은 새해 전날 밤이 되면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흑백영화를 관람하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철 지난 흑백영화를 보며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다. 어딘지 매우 독일스러운 분위기가 연상된다.



● 흑발남을 사랑하는 스코틀랜드·빨간내복 입는 멕시코

‘모쏠’의 외로움이 견디기 힘들다면 새해 첫 날 스코틀랜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 첫 날 검은 머리를 한 남자를 만나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이날에는 노란머리 남자들이 까맣게 염색을 하고 다니는 일도 있다고 하니 한국남성들은 타고난 흑발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듯.

이스라엘에서는 새해에 특별히 먹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사과이다. 사과는 사과인데 꿀에 찍어 먹는다. 사과는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따먹은 선악과를 상징한다. ‘선악과’를 꿀에 찍어 먹는 이유는 물론 새로 맞이하는 한 해가 부디 달콤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이다.

‘빨간내복’은 한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자녀들이 취직해 첫 월급을 타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빨간내복을 부모에게 선물하곤 하는데 멕시코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다. 새해가 되면 멕시코 사람들은 빨간 속옷을 꺼내 입는다. 빨간 속옷이 사랑과 인정을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물찾기와 비슷한 놀이도 있다. 새해가 되면 아버지가 집안 구석구석에 용돈을 감추고, 가족들이 이를 찾으러 다니며 웃고 즐긴다.

멕시코에는 포도를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도 있다. 포도송이를 한 손에 들고 제야의 종이 칠 때마다 한 알씩 먹는다. 제야의 종은 12개월을 상징해 열두 번을 친다.

포도 열두 알 먹기 풍습은 스페인에도 있다. 스페인 사람들도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를 먹으며 새해 소원을 빈다. 이 이벤트를 위해 열두 알이 담긴 포도를 포장판매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는 새해가 되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수박을 먹는다. 수박을 잘랐을 때 속이 빨갛게 잘 익어 있으면 모두가 “올해는 복이 집안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기뻐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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