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너지 전환]전문가 좌담 “사회적 기여도에 걸맞은 정부 지원책 뒤따라야”

조성식 기자

입력 2017-12-29 03:00 수정 2017-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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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승훈, 김광인, 김용하 교수. (지호영 기자)

○ 일시
12월 20일 오후 2시


○ 장소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6층 회의실


○ 패널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김용하 인천대 전기공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 사회 조성식 기자




사회자 :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친환경 분산형 전원으로 각광받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필요성과 경쟁력에 대해 얘기해보자.


유승훈 :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탈(脫)원전이라는 용어를 쓰다 보니 에너지 전환의 의미가 다소 왜곡된 면이 있다.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와 중간 가교 구실을 하는 집단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게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다.


김광인 :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이미 착공된 것이 많아 현 정부에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길게 보고 추진해야 한다. 지금 강제로 석탄과 원전을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집단에너지 발전소는 늘리면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김용하 :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혼합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 경제성 논리로만 따져서도 안 되고 특정 에너지 쪽으로 치중해서도 안 된다.


유승훈 : 최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전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용하 : 분산형 전원은 수용자 근방에 존재함으로써 송전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편익이 크다.


유승훈 : 분산형 전원이 이슈가 된 계기는 밀양 송전탑 사건이다. 시골이나 산이나 바닷가에서 발전을 해 전력 수요지로 끌어오려면 대규모 송전 선로가 필요하고 이는 비용과 보상 면에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열병합발전소는 법적으로나 주민 수용성 면에서 대도시나 산업단지에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발전소다.


김광인 : 현재 2∼3%인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늘리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고, 이는 소비자인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이런 것을 감내하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동조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지금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식으로만 홍보하는 건 문제다. 사실 LNG나 집단에너지로 만드는 전기도 값을 높게 쳐줘야 한다. 정부가 분산형 전원을 늘리겠다면서 시장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유승훈 : 지난해 기준 전국 집단에너지 사업장 35개 중 70%인 24개가 적자였다.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그 지역에 전기뿐 아니라 난방열과 온수를 공급한다. 그런데 계속 적자가 나면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최소한 원가만큼은 보전할 수 있도록 시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먼저 전기 생산을 하고 남는 에너지로 열을 생산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생산하는 전기는 의무 구매를 해주는 등 보상제도가 잘 돼 있다.


김광인 :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 송전 비용 절감 등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유승훈 : 독일은 신재생에너지와 열병합발전을 나란히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 이유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이다. 바람이 갑자기 안 불면 풍력발전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해가 안 뜨면 태양광발전이 안 된다. 원자력도 스위치 켜고 하루 지나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석탄발전도 7시간 정도 지나야 한다. 그런데 열병합발전은 스위치 켜서 곧바로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이처럼 비상 발전기 구실도 하기에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늘리는 것이다.


김광인 : 독일은 전기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당 300원쯤 된다. 우리는 110원 정도이고. 독일 전기요금을 보면, 발전 비용과 송전 비용 합해서 45%다. 또 신재생에너지 지원금이 24%다. 우리는 4%이고. 거기에 판매세 16%, 전기세 7%가 덧붙여진다. 그밖에 각종 보조금이 5.7%인데, 그 중 열병합발전 보조금이 1.5%를 차지한다.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려면 독일처럼 얼마를 어떤 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김용하 : 외국에서는 한 회사가 다양한 에너지원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 전력도 가스도 열도 소유한다. 시장 형성의 기반을 갖춘 것이다. 우리는 그런 기반이 없기에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면도 있다. 사실 모든 문제는 시장에서의 요금 왜곡에서 비롯된다.


사회자 : 종합하자면, 환경 기여도나 송전 비용 절감 등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분산형 전원인 집단에너지가 확대돼야 하는데, 전력시장 구조 왜곡과 정부 정책 부재로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시장구조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유승훈 :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전체 소비량의 96%가 수입이다. 사용량 자체를 절감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열병합발전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경우 에너지 사용량이 27% 줄었다.


김광인 : 열병합발전의 사회적 기여도를 인정해야 제대로 된 비용 정산이 가능하다. 외국처럼 실질적으로 분산형 전원을 늘릴 수 있는 지원정책이 따라야 한다.


김용하 : 열병합발전이 기술적으로나 성능 면에서나 뛰어나다는 건 명백하다. 다만 경제성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책과 의지에 달렸다.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것은 기계 문제가 아니라 요금체계 등 제도 문제다. 우리 국민은 에너지 절감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을 줄이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모든 에너지 정책은 국민의 에너지 비용을 줄여 에너지 복지를 구현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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