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달리고 5G 활짝… ‘ICT올림픽’ 앞장선 기업들

서동일기자 , 신동진기자 , 이은택기자

입력 2017-12-21 03:00 수정 2017-1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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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50]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가 올림픽 기간 중 평창에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 앞에 서 있는 차세대 수소전기차. 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車, 수소전기 자율차 공개
 
21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임과 동시에 국내 기업이 쌓아왔던 혁신 기술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무대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 현대자동차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현대자동차는 20일 “평창 올림픽 기간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자율주행자동차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투싼ix를 출시하며 수소차 시대 문을 열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자율주행기술까지 결합시킨 두 번째 수소전기차 모델을 공개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도요타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현대차 뒤를 이어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인 기업들의 관심도 평창으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혁신 기술을 세계에 자랑하면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부터 강원 평창군 대관령 톨게이트까지 200km 구간에서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4단계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인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단계 1∼5단계 중 4단계는 운전대가 있는 차량에서는 최고의 자율주행 단계로 거의 모든 조건에서 차가 스스로 운행한다. 5단계는 운전대가 아예 없는 무인차량이다.

현대차 측은 “요금소와 나들목, 분기점 등을 차량이 스스로 통과할 뿐 아니라 실시간 교통 흐름을 보고 차로를 변경하거나 전방 차량을 추월하는 모습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 자율주행기술의 전환점이 될 이벤트를 평창 겨울올림픽에 맞춰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연은 현대차 자율주행기술 테스트 중 최장거리다.

서울과 평창을 잇는 영동고속도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이 어려운 터널 구간이 7곳이나 된다. 빛의 세기가 급변하는 터널 구간을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센싱 기술이 정교해야 한다. 거리가 약 200km나 돼 교통량 및 날씨에 영향을 받는 횟수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점도 현대차에는 도전 과제다.

현대차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일 차량이 차세대 수소전기차라는 것도 의미가 크다. 수소차는 배출되는 물질이 정화된 공기와 수증기뿐이다. 이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 차’로도 불린다.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 및 보조금 정책으로 친환경차 시장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가장 치열하게 기술 경쟁력을 겨루는 영역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양양국제공항∼평창 등 구간에서는 수소전기버스를 운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기반 첨단 자율주행차량이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 환경올림픽 등을 표방하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대한항공은 ‘응원 메시지 릴레이 이벤트’를 벌였다. 객실 운항 정비 등 직군별 임직원들이 응원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KT가 20일 선보인 ‘평창 5G 빌리지’ 개소식에서 황창규 KT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이 5G 증강현실(AR) 마켓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KT 제공
● KT, 5G올림픽 주관

AI 활용한 장애 예측시스템 가동… 통신 문제 생겨도 15분만에 해결
버스 차창엔 ‘AR 디스플레이’ 설치… “다음 올림픽 여는 日-中 긴장할것”
 
11일부터 1주일간 강원 강릉과 평창 일대 올림픽 통신시설에서 최종 테크니컬 리허설이 열렸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통신시설 장애에 대비하기 위한 리허설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를 포함해 800여 명이 참석했다.

외부 평가위원이 사전 예고 없이 무작위로 장애를 발생시키면 최대한 빨리 복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테스트에서 통신시설 운영사업자인 KT는 합격선(30분)의 절반인 15분 만에 복구를 완료했다. 전례 없이 빠른 복구에 현장에 있던 일부 IOC 관계자는 문제가 유출된 게 아니냐며 항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KT는 현장 운용요원 870명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요원에게 복구를 지시하는 시스템이 복구 시간을 줄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대 KT 올림픽운용BU담당(상무보)은 “요원들의 점퍼에 ‘협대역 사물인터넷(NB-loT) 트래커’를 부착했는데, 이 장비는 장애 발생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요원에게 연락해 현장 도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장애를 미리 예측하는 인공지능(AI)도 가동한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의 AI 기반 5세대(5G) 네트워크 관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과거에 장애를 일으킨 데이터의 흐름을 학습한 뒤 정상 데이터에 장애 발생을 몇 분 먼저 예측할 수 있다. 정상 범주를 벗어나면 즉시 경보가 울린다. “조치 방법 알려 줘” “자동모드로 실행”이란 명령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요원도 복구 작업을 할 수 있다.

피겨와 쇼트트랙 등 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강릉 아이스아레나엔 3층 높이 경기장 외벽을 타고 100대의 초고화질 카메라가 촘촘히 설치되고 있었다. 선수가 점프하거나 넘어지는 순간 100대의 카메라가 찍은 정지화면을 360도로 실시간 돌려볼 수 있는 ‘타임슬라이스’ 영상을 위해서다.

선수단 숙소의 인터넷TV 5700대에선 자동 번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방송 채널에서 프로그램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6개 언어(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번역돼 자막으로 제공된다. 경기장 주변을 누빌 5G 자율주행 버스에서는 차창에 설치된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포호 설경 등 주변 경관을 증강현실(AR)로 즐길 수 있다. ‘눈 위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는 지점마다 고화질 캠을 설치해 원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선택해 볼 수 있는 ‘옴니뷰 서비스’를 지원한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5G 기술력을 보여주느냐를 놓고 앞으로 올림픽 개최를 앞둔 도쿄, 베이징과 메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20일 객실, 운항, 정비 등 직군별 임직원이 차례로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날 직원들이 직접 준비한 자필 메시지와 인터뷰 영상 등은 대한항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된다. 대한항공 제공
● 전경련도 평창 흥행 팔 걷어

“CEO 솔선해 올림픽 관람… 직원들 연차휴가 지원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의 흥행 성공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20일 전경련은 회원사들에 내년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협조문을 발송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경제계가 올림픽 지원에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전경련은 기업의 회장, 사장 등 최고경영자들이 솔선수범해 올림픽을 관람해 줄 것을 부탁했다. 또 직원들이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연차휴가를 연속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과 조직위에서 제공하는 입장권 및 교통·숙박 정보도 사내 공지를 통해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의 공식 행사를 가급적 대회 기간에 경기장 인근 지역에서 열어 달라는 내용도 있다. 전경련은 “차량, 인근 지역 기업 연수원 등을 활용해 경기를 관람하는 직원들에게 교통과 숙박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경기 입장권과 관련 상품 구매를 활성화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은 3번의 도전 끝에 이룬 국가적 행사로 국민 단합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올림픽이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계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강릉·평창=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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