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기고]신태식 근로복지공단 의료복지이사 “체계적 재활시스템으로 산재노동자들의 사회복귀 도와야”

동아일보

입력 2017-12-15 03:00 수정 2017-1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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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사고로 인하여, 혹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의 고단한 과로로 인하여 우리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의 위치에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산재노동자가 된다. 가족에게 부끄럽고 사회에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산재노동자들은 왕성하게 일하던 재해 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좌절과 분노와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매년 9만여 명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이 중 3만여 명이 산재장애인이 된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산업재해, 그리고 세대를 이어가는 그들의 빈곤의 악순환, 스스로 일어서 보겠노라는 모처럼의 그들의 다짐에도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정부가 산재노동자들을 위하여 전문재활치료를 강화하고 직장복귀를 지원하며 직업훈련 등을 통한 조속한 사회 복귀 등의 재활정책을 시작한 지 벌써 17년이 지났다. 그러나 원직복귀율이 여전히 40%대로서 선진국의 70∼80%에 크게 못 미치고 수년째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충분한 요양과 재활치료를 위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와 같은 소규모 영세한 산재의료기관 지정병원의 단순한 치료보다는 이들에 대한 치료와 동시에 사회복귀를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재활치료 시스템이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산재병원(BG Hospital) 역시 의료재활과 심리, 직업재활을 통합운영 중이며, 스위스도 SION과 BELIKON 재활병원을 직접 운영하며 산재환자의 의료, 심리재활 등을 통한 환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산재지정병원은 치료와 심리, 재활, 작업능력 강화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입원이 필요 없는 내원환자 치료의 편이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심지의 교통요지에 출퇴근 근로자 또는 통원환자를 위한 외래재활전문센터를 설치하여 재활의학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물리치료사, 간호사들이 상주하고 있다. 이렇듯 급성기 치료부터 상병별 재활치료 표준지침과 통합재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해근로자가 효율적인 재활을 통해 경제활동에서 낙오되지 않고 신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한 해에 산재로 인한 보험급여는 약 27만 명에 대해 4조 원 이상이 지급되었다. 재활을 통한 직장 복귀는 이러한 경제적 손실을 만회함은 물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그 효과는 매우 중요하다. 또 이를 통해 미치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사고 역시 더 밝은 미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산업재해자가 건강한 삶을 영유하고 사회에 일원으로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의료재활은 물론 사회심리재활 직업재활 등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시스템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이들 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전문분야에서 현실적인 프로그램의 마련이 시급하다. “아파서 누워 있는데 사장은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없어 서운합니다”라고 말하는 어느 산재노동자의 말이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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