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 동남아 수출 전진기지 세운다

한우신기자

입력 2017-12-13 03:00 수정 2017-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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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그룹과 합작 내년 5월 설립… AG공장내 전용설비 갖춰 트럭 생산
印尼서 만들면 아세안 무관세 수출… 日이 장악한 동남아 공략 교두보


12일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이인철 현대자동차 상용수출사업부 전무(앞줄 오른쪽)와 이키 위보워 AG그룹 사장이 두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상용차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계약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세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장악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12일 현대차는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알타 그라하(AG)그룹과 자카르타에 내년 5월 상용차 전문 합작법인을 세우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AG그룹은 인도네시아 10위권 기업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 상용차 판매를 담당하는 대리점의 모기업이다.

신설 합작법인은 AG그룹이 소유한 공장에 전용 설비를 갖추고 중·대형 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하게 된다. 국내에서 만들어 보낸 반제품을 조립생산(CKD)하는 방식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도 합작법인이 맡는다.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현대차가 직접 챙긴다고 봐도 무관하다.

현대차는 동남아 중동 등 세계 10여 곳에서 현지 공장과 계약을 맺고 CKD 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 부품 덩어리 공급과 조립 과정까지만 관여하고 판매 및 AS는 현지 업체에 맡겨왔다. 현대차 측은 “합작법인을 세워 AS까지 챙긴다는 것은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가 동남아 시장 개척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기에 제격이다. KOTR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연간 111만 대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크다. 동남아는 아직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많은 부품업체와 함께 진출해야 하는 완성차 공장을 당장 세우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 CKD 공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CKD 방식을 활용하면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할 때 관세가 0%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한국 자동차업체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인니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인도네시아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수출국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현대차-AG그룹 합작법인 설립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체결식이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에서 열린 것도 양국 정부 차원의 관심을 반영한다. 체결식에 참석한 이인철 현대차 상용수출사업부 전무는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이 양국 경제 협력의 교두보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현대차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아세안 국가들 간 자동차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베트남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것. 현재도 아세안 주요 국가 간 자동차 수출입은 무관세로 이뤄지는데 그동안 빠져 있던 베트남이 내년에 포함된다. 현대차는 9월 베트남 자동차업체 타인꽁과도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 중이다. 3월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투자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남아가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당장 동남아에서 큰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일본 업체들은 현지 공장을 세워 동남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영향력은 일본 내수 시장보다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에서 미쓰비시후소 등 일본 3개 업체 점유율은 95.9%였다.

현대차가 완성차 공장이 아닌 CKD 공장,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부터 공략하는 것도 일본 업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장 상황 때문이다.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춰야 하는 승용차와 달리 상용차는 법인 판매 위주여서 주요 도시에만 판매망을 구축해도 된다. 동남아는 도시와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이 계속 이뤄져 상용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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