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선시장 선점 경쟁… ‘국가 대항전’으로 치달아

김재희기자

입력 2017-11-24 03:00 수정 2017-1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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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로젝트 수주전 치열

국내 전선(케이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늘어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전선 인프라 수요에 발맞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업계에선 발주사업이 ‘국가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어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LS전선에 따르면 자회사인 LS전선아시아는 2017년과 2018년 2년간 베트남과 미얀마에 약 43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30억∼40억 원에 불과했던 동남아시아 시장 투자 규모에 비하면 약 12배로 늘었다. 베트남에 위치한 2개 생산공장 LS-VINA와 LSCV에 배전, 부스닥트, 소재 등 사업영역 신규 라인을 구축했다. 미얀마에는 내년까지 약 1800만 달러(약 196억 원)를 투자해 생산법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LS전선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납기를 앞당기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 입찰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국가 전력청과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동남아 시장에 선제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선업계 2위 업체인 대한전선도 지난해부터 동남아 지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한전선은 베트남 법인 TSC의 잔여 지분 30%를 전량 인수하고, 대한VINA로 법인명을 바꿨다. 베트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사업 영역도 확대해 올해 대한VINA에서 고압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확충했다.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발주 현황 등을 파악하는 ‘해외 인프라팀’도 올해 7월 신설했다.

국내 전선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인프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아시아개발은행(AIIB)에서 차관을 받아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국가가 늘면서 국내 기업에는 동남아가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아시아의 전력, 운송 등 인프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7101억 달러보다 7.3% 증가한 1조835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내 기업들의 ‘수주전’ 성과는 좋은 상황이다. LS전선은 6월 싱가포르에서 초고압 케이블 수출 사상 최대인 37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대한전선은 올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 152억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63억 달러 수준으로 약 7.2%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수주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개발은행 차관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은행을 주도하는 국가의 기업에 유리하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AIIB의 경우 ‘꽌시’를 바탕으로 투자운영팀과 입찰 기업과의 비공식적인 교류가 있다. 국내 기업보다 중국 기업에 당연히 유리한 상황이다”라며 “한국 기업 참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나 AIIB 한국 주재원이 사전에 미팅 등을 통해 해당 국가와 관계를 만들고 수주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한국 기업을 대변 및 변호할 수 있는 라인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규모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주가 ‘국가 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다. 기업이 수주전에서 밀릴 경우 정부가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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