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호 “이 나이에 시드 유지하러 유럽 가겠나…목표는 오로지 우승”

고봉준 기자

입력 2017-11-24 05:45 수정 2017-11-24 05: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새로운 무대를 앞둔 도전자의 표정은 두려움 대신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2년 연속 KPGA 정상을 지킨 최진호가 안정적인 국내 생활을 뒤로하고 유럽 진출이라는 길을 택했다. 본격 데뷔를 앞둔 17일 경기 성남의 한 연습장에서 각오를 다진 최진호. 성남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년 연속 제네시스 대상, 쉽지 않은 여정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 도전장
유럽투어 경험 6번뿐…적응이 첫째 관문
먼저 진출한 후배들 조언 덕에 자신감 업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도전’이란 단어는 멀어져만 가는 것이 세상 이치다. 젊은 패기로 넘치던 시절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 있지만, 시간의 흐름은 이를 점점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프로골프(KPGA)의 정상을 지키던 최진호(33·현대제철)가 선택한 길은 주목해볼만 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최진호는 한국골프의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대전고∼연세대를 거치며 아마추어 돌풍을 이끌었다. 2006년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간간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긴 했지만 최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신인왕 수상 10년째를 맞는 2016시즌 최진호는 시즌 2승을 거두며 KPGA 최고의 영예인 제네시스 대상을 품에 안았다. 올해도 그는 꾸준한 성적을 앞세워 2연패 수성에 성공했다. 30대 중반 아내와 세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이제는 안정적인 삶을 꾸릴 만도 했지만, 최진호는 도전을 택했다. 23일(한국시간) 개막한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UBS 홍콩 오픈 출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러피언투어 진출에 나서기로 했다. 기나긴 항해를 앞두고 있던 최진호를 17일 경기도 성남의 한 연습장에서 만났다.

최진호. 성남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나이가 들며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더라”

-한 시즌이 마무리됐다. 5일 KPGA 최종전(카이도 투어 챔피언십) 이후 어떻게 지냈나.


“최종전이 끝나고 홍콩에 행사가 있어 잠시 다녀왔다. 그리고는 한 주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클럽은 손에 잡지도 않았다(웃음). 간단한 체력운동 정도만 했다.”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올해 초반은 지난해와 많이 달랐다. 지난해는 개막전(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을 거둬 조금은 마음 편하게 남은 시즌을 치렀다. 골퍼들 대부분이 개막전 때 우승을 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런데 올해는 GS칼텍스 매경오픈까지 퍼팅감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그런데 SK텔레콤 오픈 때 감각이 조금 살아나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남은 투어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제네시스 대상을 2년 연속 받게 됐다.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게 봤을지 모르겠지만…(웃음). 경쟁자들과 격차가 크지 않은 바람에 주위에선 내게 경우의 수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컷 탈락을 당하더라도 상대가 우승권의 성적을 거둬야만 역전이 가능했다. 그 덕분에 마음은 조금 편안했다. 다만 최종전 첫 날 이형준(25)이 10언더파를 치는 바람에 긴장은 됐다.”


-최진호를 두고 ‘늦게 핀 꽃’이라고들 한다.

“23살부터 본격적으로 1부 투어에 나섰다. 나름 우승도 일찍 경험했다. 그런데 그때는 우승을 하더라도 나머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기껏 톱10엔 2∼3번 들 정도였나. 상위권 선수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군대를 갔다.”


-군 입대가 터닝 포인트가 됐나.

“군대에서 골프라는 종목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그 뒤로 좋은 성적이 나오게 됐다. 그리고 나이도 30대 초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여유가 생겼다. 30대가 되니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더라. 20대 패기만으로는 되지 않았던 것들도 이뤄지고. 특히 욕심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최근 배상문(31) 프로가 제대 후 부진을 겪으며 화제가 됐다.

“잘 알고 있다. (배)상문이에게 딱 한 마디 해줬다. ‘너는 배상문이다’라고. 아마 상문이는 나보다 더 힘든 환경일지 모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뛰어야하기 때문에. 그래도 잘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

최진호. 성남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이 나이에 시드 유지하려고 가지는 않는다”

-5일 최종전 이후 유럽 진출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로 기억한다. KPGA와 EPGA가 협약을 맺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 유럽 투어 시드권을 주기로 했다. 당시 장면을 보고 ‘대상을 한 번 더 탄다면 유럽에 가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한국과 유럽은 문화부터 환경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다.

“우선 아는 선수들이 별로 없다(웃음). 해외 선수들과 친해져야할 듯하다. 본격적으로 투어에 나서게 되면 체력과 컨디션, 시차적응 등 신경 써야할 점이 많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자마자 연습하고 라운드도 해야 한다. PGA 투어 Q스쿨을 오가며 경험은 해봤지만 당분간은 적응이 필요하다.”


-언어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다행히 당분간은 와이프가 유럽 투어에 동반한다. 어렸을 때 외국에서 자라 의사소통이 수월하다. 나도 기본적인 회화 정도는 가능하다. 캐디는 유럽인으로 구하려고 한다. 매니지먼트는 아직 없는데 새로 구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려고 한다.”


-유럽 투어는 경험해봤나.

“6번 정도 경험해봤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서 열린 투어였다. 아직 유럽 본토 대회 경험은 없다. 왕정훈(22), 이수민(24) 등 EPGA에서 활약 중인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도움을 받고 있다.”


-이번 홍콩 대회를 시작으로 긴 여정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목표가 궁금하다.

“물론 첫째 목표는 시드 확보다. 그러나 이 나이에 시드 유지를 목표로 유럽에 가려고 했겠나. 우승 경쟁을 하기 위해 떠난다. 빨리 적응을 마친 뒤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놓고 싸우고 싶다.”

최진호. 성남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최진호

▲생년월일=1984년 5월 27일
▲신체조건=키 182cm·몸무게 75kg
▲출신교=대전체고∼연세대
▲소속팀=현대제철
▲프로 데뷔=2004년 KPGA 입회
▲우승 경력=통산 7승(2006년 SBS 비발디파크 오픈, 2010년 레이크힐스 오픈, 2012년 메리츠솔모로 오픈, 2015년 SK텔레콤 오픈, 2016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넵스 헤리티지, 2017년 SK텔레콤 오픈)
▲수상 경력=2006년 KPGA 신인상, 2016년 동아스포츠대상·KPGA 제네시스 대상, 2017년 KPGA 제네시스 대상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