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기술력 좋아 투자 매력”

조은아 기자

입력 2017-11-20 03:00 수정 2017-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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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타트업 허브’ 꿈꾸는 佛… 한국에 지원사무소 열고 적극 유치

한국과 프랑스의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9일 서울 강남구 D캠프에서 열린 주한 프랑스대사관 ‘프렌치 테크 나이트’에서 회사를 홍보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에 얼마나 투자할 건가요?”

“프랑스 어느 지역에 진출하고 싶나요?”

9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D캠프에서 열린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프렌치 테크 나이트’ 행사장. 캐주얼 차림의 20, 30대 창업가부터 말끔한 정장의 중년 투자자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4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부지런히 대화했다. 프랑스식 뷔페와 와인을 들며 친목을 다지는 듯 보였지만 이들의 대화 내용은 치열했다. 자기 회사를 홍보하는 듯하더니 결국 상대의 투자 계획이나 펀드 규모를 떠보듯 물으며 눈치작전을 펼쳤다.

프랑스 정부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양국 유망 스타트업들과 투자가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자국을 ‘세계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이를 위해 ‘라 프렌치 테크’라는 국정 슬로건까지 내걸고 있다. 정부의 창업 지원 조직 라 프렌치 테크는 서울 도쿄 홍콩 타이베이 등 해외 주요 도시 22곳에 사무소를 열고 현지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찾아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한국계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전 프랑스 중소기업·디지털 경제 장관(현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은 “한국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뛰어나고 얼리 어답터(남들보다 신제품을 먼저 써보는 사람)가 많은 시장에서 컸기 때문에 경쟁력 있다. 좁은 한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적극 진출하려는 이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미 한국 곳곳에 뿌리를 뻗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공모전 기획사 ‘아고라이즈’는 지난해 한국에 지사를 열고 국내에서 공모전을 개최했다. 실력이 입증된 스타트업을 선별해 프랑스로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표 금융기업 BNP파리바는 공모전에서 뽑힌 한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피노텍과 손을 잡았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의 창업지원 조직 ‘오렌지펩’도 한국에 3년 전 사무소를 열고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을 물색 중이다.

창업진흥원이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개최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 기업) 밋업’ 행사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에서 온 액셀러레이터 9곳이 해외로 데려가 키울 만한 한국 스타트업 48곳을 선발했다. 싱가포르 ‘어크리트 이노베이션’의 지원을 받은 물류 스타트업 ‘에스랩 아시아’의 이수아 대표는 “싱가포르는 우수한 인재를 불러들여 자국의 신사업 인프라로 활용하려 해외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키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창업진흥원 글로벌 진출 사업으로 현지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2012년 10곳에서 지난해 76곳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새로 생긴 일자리는 같은 기간 91개에서 579개로 급증했다.

해외로 나간 창업가들은 최근 핀테크, 한류 등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호감이 높아져 지금이 해외 진출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만난 해외 투자자들은 ‘스타트업 한류’를 이끌기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프랑스 액셀러레이터 ‘크리에이티브 밸리’의 얀 고즐랑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은 뛰어난 기술을 지닌 곳이 많지만 기술력에 역량을 쏟다 보니 사업 모델을 만들고 고민하는 역량이 약하다”며 “창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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