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위험을 축적하는 ‘안정된 직장인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력 2017-11-15 03:00 수정 2017-11-16 14:4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업의 종말’을 쓴 작가 테일러 피어슨은 저서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거나 다른 사람이 지시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계속 질문하는 사람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간다.

대기업에서 10년을 일한 황유진 씨는 입사 3년 차부터 “나는 성장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5년을 다녀도 축적된다는 느낌이 없었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입사 3년 차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써나가던 중 한 전시회에서 그림책에 반하게 된다. 2012년 첫아이를 낳으면서 그림책 세계는 확장되었고, 이후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라는 카페에서 활동했다. 둘째를 낳고 육아 문제로 퇴사를 고민하면서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번역 강좌’ 수강을 시작으로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된다. 이즈음 동네 도서관에서 매일 그림책을 보는 황유진 씨를 흥미롭게 관찰하던 관장과 뜻이 맞아 그림책 모임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황유진 씨는 그림책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되었다. 성인을 위한 그림책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짧은 글과 그림 안에서 편안하게 성인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을 했다. 그의 진지한 관심과 활동을 지켜보던 선배의 권유로 ‘마인드플로우’라는 회사의 이사를 거쳐 지금은 부대표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육아 시간을 피해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하고 싶은 만큼 시간을 쏟을 수 있고 이제는 자기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황 부대표 사례가 직장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직장 다닐 때부터 꾸준히 스스로에게 묻고 찾았으며,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직장을 나와서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그림책과 성인을 연결시키는 분야에서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를 ‘그림책으로 말을 거는 사람’ 혹은 ‘그림책 바리스타’라고 정의한다.

둘째, 직장인들은 황 부대표의 수입이 궁금할 것이다. 당연히 대기업에 있을 때보다 액수도 적고 불안정하다. 피어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 시대에 안정된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실은 위험을 축적해 가고 있다고. 황 부대표처럼 젊은 시절 위험을 감수하고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위험을 관리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50세가 되는 순간 갑자기 급여가 제로가 될 위험에 놓인다. 황 부대표처럼 자기만의 분야를 축적하면 매달 버는 것은 적고 불규칙할지 모르지만, 갑자기 급여가 제로가 되는 위험은 훨씬 적다. 주변의 직장인들이 60세가 넘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황 부대표는 그때에도 자기 직업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다.

셋째, 그는 그림책이라는 자기만의 모티브가 있었기에 지금의 활동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페이스북처럼 남에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닌 자기만의 생각을 축적하는 공간을 꼭 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녀와서 짬짬이 자기 블로그에 글을 쓰며 생각을 축적해 갔다.

그의 계획을 들으며 작가 마시 알보어의 슬래쉬(/) 효과가 생각났다. 이 시대는 한 가지 직업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갖는 시대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했다. 황 부대표는 이미 그림책을 옮긴 번역가이면서 그림책글작가를 준비하고 있고, 성인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는 그림책 퍼실리테이터이자 강연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공연전시 분야에서 스토리 기획을 의뢰받기도 했다. 직장인을 위한 그림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지치는 이유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오사다 히로시가 쓰고, 이세 히데코가 그린 ‘첫 번째 질문’(김소연 옮김)을 추천했다.

연말이 다가온다. 직장인들이 부담 없는 그림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본다. 황유진 부대표가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일로부터 질문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