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부자세습, 공공성-도덕성 스스로 저버리는 것”

정양환기자

입력 2017-11-15 03:00 수정 2017-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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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김영주 목사 20일 퇴임
“종교는 사회봉사의 책무 있어… 불투명한 운영하면 국민 등돌려”


1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목사란 스스로는 고행의 길을 가며 이웃을 편안하게 만들 사명을 지니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일부 교회는 자신들은 편하고 교인과 사회를 힘들게 만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연을 맺지 않았다면 그저 ‘뻔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NCCK를 통해 세상을 배웠고, 또 그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를 다시 살필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이룬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네요.”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NCCK의 총무를 맡아 7년 동안 이끈 김영주 목사(65)가 20일 퇴임한다. 김 목사는 1989년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NCCK에 몸담아왔다. 소회가 남다를 법도 하건만 “훌륭한 후임 총무(이홍정 목사)가 더욱더 한국 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굳이 성과를 따지자면 내외부적으로 ‘열린’ 활동을 한 점을 꼽겠습니다. 기존 교단과 색깔이 다른 정교회와 루터교가 NCCK로 들어왔고, 소수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청년·여성 대표 부회장 자리도 마련했죠. 외부적으로도 이웃 종교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남북나눔운동’도 이끌었죠. 특히 나눔운동은 ‘열린 진보와 열린 보수의 결합’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최근 일부 개신교 대형교회의 행보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 부자세습은 교회가 지녀야 할 최고의 가치인 공공성과 도덕성을 스스로 저버리는 모습”이라며 비난했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종교는 사회봉사의 책무가 있는데, 교회를 사적 조직처럼 여기고 불투명한 운영을 고수한다면 결국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얼마 전까지도 민간·종교 차원에서 ‘3·1절 100주년 공동행사’나 ‘남북 세계 콘퍼런스’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북한과 공유하며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막혀 버렸어요. 정부 간 대화가 막히더라도 민간 쪽 통로는 끊이지 않아야 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물꼬를 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김 목사는 지난달 물러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종교지도자가 나서는 ‘남북평화포럼’(가칭) 같은 기구 창설도 고민하고 있다. 김 목사는 “더 많이 공부하고 협의해서 남북문제는 물론 한국 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다음 날인 21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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