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호 400명 “우리 세금 더 올려라”

조은아 기자

입력 2017-11-14 03:00 수정 2017-11-14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감세정책 반대” 의회에 서한

“우리 세금을 깎지 마라. 오히려 세금을 올려라.”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드제리스’의 창업자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 헤지펀드의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 미국 부자 400여 명이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이 밀어붙이는 대규모 세제 개편에 반대하고 나섰다고 1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들은 ‘세제 개편으로 부자들의 세금이 줄면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국가 부채도 늘어난다’는 저소득층의 주장을 자발적으로 외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WP에 따르면 기업인, 의사, 변호사 등 미국 부자 400여 명은 세금 감면에 반대하는 서한을 이번 주 의회에 보낸다. 서한은 ‘책임 있는 부(Responsible Wealth)’라는 진보 단체가 주도했다. 대기업 창업자나 큰손 투자가는 물론 자선사업가 스티븐 록펠러, 패션 디자이너 아일린 피셔 등이 감세 반대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수익이 24만 달러(약 2억6880만 원) 이상이거나 재산이 150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 이상인 부유층도 목소리를 보탰다. 서한에 서명한 이들은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등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지역에서 많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정책을 취임 초부터 추진했다. 세제 개편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부유층의 감세 제도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화당 상·하원은 이달 세제 개편안을 공개하며 아예 다음 달 크리스마스 전까지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를 보다 못한 부자들이 양심의 목소리를 냈다. 행정부와 공화당은 “세금을 깎으면 기업가들이 투자를 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서한에 서명한 부자들은 “대기업은 이미 기록적인 수익을 거뒀으니 돈이 더 필요 없다”고 반박해 행정부와 공화당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세금 깎아줄 돈을 차라리 교육이나 연구, 저소득층 의료보장에 쓰라는 제안도 나왔다.

로버트 크랜들 전 아메리칸에어라인 최고경영자(CEO)는 WP에 “세금 감축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공화당은 쓸 돈이 없다면서 부자를 위해 세금을 깎아줄 여력은 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자들이 세금을 줄이면 아낀 돈을 투자에 쓸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내 수입이 늘어난다면 난 투자를 늘리기보다 그냥 돈을 저축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부자들은 의회의 상속세 폐지안도 비판했다. 미 하원은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는 안을, 상원은 면세 한도를 현재의 2배로 늘리는 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부자들은 서한에서 “상속세 폐지만으로 10년간 2690억 달러(약 301조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며 “이는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환경보호청(EPA)에 들어가는 돈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꼬집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