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위 → ‘그린 여왕벌’… 4년도 안 걸렸다

김종석기자

입력 2017-11-08 03:00 수정 2017-11-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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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첫 ‘루키 세계1위’ 박성현
작년 말 KLPGA 지배하며 10위로… 美진출 올해 2승, 일찌감치 신인왕
평균 타수-올해의 선수 석권 도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남달라’ 박성현. 2014년 초반 396위에 불과했던 박성현은 지난해 말 10위로 랭킹을 끌어올린 뒤 1년 만에 정상까지 밟았다. JNA골프 제공
박성현(24)은 중학교 시절 자신에게 직접 ‘남달라’라는 별명을 붙였다. 당시 교사에게 ‘정상에 오르려면 남과 달라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감동받았다는 게 그 이유다. 캐디백에 ‘남달라’라는 문구까지 새겨가며 남과 달라지려 했던 그가 세계 최강의 꿈을 이뤘다.

박성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6일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 2위에서 한 계단 오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 도입된 세계 랭킹에서 LPGA투어 신인이 최고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박성현이 처음이다. 한국 선수로는 신지애(2010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에 이어 4번째다.

세계 랭킹 포인트에서 박성현은 8.4056점이 되면서 지난주까지 19주 연속 1위였던 유소연(8.3818)을 약 0.02점 차로 추월했다.


8일 개막하는 LPGA투어 블루베이 출전을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박성현은 “가문의 영광이다. LPGA에 먼저 간 선배들이 세계 1위를 할 때 ‘난 언제 저 자리에 갈까’, ‘어떤 기분일까’ 부럽고 궁금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LPGA투어에 데뷔하면서 세운 목표보다 더 빠르게 올라온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하며 열심히 한 덕분이다. 앞으로도 항상 이런 마음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LPGA투어는 세계 랭킹 1위 선수의 캐디에게 등에 ‘1’자를 새긴 특별 캐디빕(조끼)을 지급한다. 박성현과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8일 현지에서 1위 등극 기념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2014년 초 세계 랭킹이 396위에 불과했던 박성현은 지난해 7승을 올리는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지배하며 LPGA투어 7개 대회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거둬 지난해 말 세계 10위까지 올라갔다. 올해 LPGA투어에 진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시즌 2승을 거둔 그는 일찌감치 신인상을 확정했다. LPGA는 “박성현은 한국에서 최고 인기 선수다. 멈추지 않는 집중력과 투지로 ‘닥공(Shut Up and Attack)’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LPGA투어 상금 선두인 그는 평균 타수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2위에 올라 있다. 1979년 낸시 로페즈 이후 38년 만에 타이틀 싹쓸이에 도전하는 박성현은 “남은 두 대회가 솔직히 부담된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매 홀 집중해서 경기를 풀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성현은 2010년 현일고 2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지만 갑작스럽게 드라이버 입스(불안 상태)가 찾아와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 출전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같이 운동하던 1년 후배의 아버지에게 무료 레슨을 받기도 했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맹장수술과 교통사고까지 겹치는 등 악재에 허덕였다. 한 홀에서 OB가 서너 개 나던 시기였다.

손바닥이 찢어질 만큼 강도 높은 훈련으로 슬럼프를 극복한 그는 2013년 KLPGA 2부 투어 상금왕을 거쳐 2015년부터 국내 필드의 대세로 떠오른 데 이어 세계 무대마저 평정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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