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갈등 녹인 베이징의 ‘게임 한류’

임현석 기자

입력 2017-11-06 03:00 수정 2017-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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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T팀 롤드컵 결승전 벌여… 中관중, 자국팀 탈락에도 열띤 응원
유료티켓 온라인 판매 5분만에 매진


中 4만 관중 열광 4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직후 4만여 명의 관중이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1280위안(약 21만5000원)짜리 티켓이 약 3200위안(약 53만9000원)의 암표로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삼성 갤럭시, 자유(加油·‘힘내라’라는 뜻의 중국어).”

“SK텔레콤 T1, 쭤더하오(做得好·잘했어).”

4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중국 팀은 4강전에서 탈락하고 삼성과 SK텔레콤이 운영하는 국내 팀(각각 갤럭시, T1)끼리 맞붙은 경기에서 4만 명이 넘는 관중은 한국 기업명이 들어간 팀 이름을 목청껏 연호했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크기와 맞먹는 경기장을 빼곡하게 채운 관중 대부분은 중국인. 뜨거운 응원은 최근까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감을 가진 현지 분위기를 무색하게 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콘텐츠인 게임과 e스포츠를 활용해 사드 배치로 얼어붙었던 중국인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이날 중화권 인기 연예인이기도 한 저우제룬(周杰倫·38) 롤 게임단(J팀) 구단주는 본경기에 앞서 펼친 공연에서 “게임은 국가 간 장벽을 허문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롤드컵 결승전은 온라인 생중계로만 매년 전 세계 4000만여 명이 시청하는 경기로 올해에는 유료 티켓이 판매 5분 만에 매진됐다.

게임단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었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갤럭시 팀의 강찬용 선수(25·아이디 Ambition)는 “우리 팀은 스타급 선수가 적다는 평가를 받아 중국 팬이 적을 줄 알았는데, 관중이 팀 이름을 외치는 것을 들으며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패했지만 연봉 30억 원을 받는 등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SK텔레콤 T1 팀 이상혁 선수(21·아이디 Faker)의 인기는 한류 연예인 송중기 씨와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경식 SK스포츠단 팀장은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 팬들이 이 선수의 숙소를 수소문해 응원 피켓을 들고 몰려왔다”고 전했다. 중국의 ‘아프리카TV’로 불리는 더우위에서 올해 3월부터 생중계한 T1 팀의 연습 경기는 약 400만 명이 시청했다.

관중석은 게임만큼은 정치적 문제와 무관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T1 팀을 2013년부터 응원해왔다는 중국인 덩페이 씨(27)는 “사드 논란은 정치 이슈일 뿐 개인과 상관없다. 게임단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롤 게임 속 캐릭터 분장을 하고 관중석에 앉은 장지 씨(24)는 “좋아하는 두 팀이 맞붙었다”며 “게임 덕분에 젊은층 사이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스포츠 시장에서 ‘게임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잘 활용하면 e스포츠로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 중계권 등을 포함한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은 지난해 총 8억9200만 달러(약 1조500억 원)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1억7000만 명으로 이 중 약 70%가 10, 20대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미국에서 열린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의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한국 팀이 캐나다 팀을 꺾고 우승해 지난해 우승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베이징=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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