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스BX 감독 겸 레이서 조항우 “레이싱에 여기까지란 한계 없어…끊임없이 도전하는 직업”

스포츠동아

입력 2017-11-03 05:45 수정 2017-11-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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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서를 꿈꾸던 시절 읽은 책에서 “랩타임 0.1초 앞당기려 가족까지 걸 정도로 몰입할 수 없다면 포기하라”는 말이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있다는 조항우. 20대 시절 혈혈단신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독학으로 카 레이싱을 익힌 그는 “그 정도의 결의가 있어야 레이서를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인드가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최다 시즌 챔피언 기록, 아트라스BX 감독 겸 레이서 조항우

카 레이싱 살아있는 전설…종합우승 5회
22세 때 프랑스 행…독학해 최고 자리 올라
“난 지금도 현역, 후배에게도 아직 경쟁심”


카레이서 조항우(아트라스BX·43)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살아있는 역사다. 22살(1997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입문한 뒤 독학으로 모든 것을 이룬 자수성가형 카레이서다.

그동안 트랙에서 조항우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CJ슈퍼레이스가 열리기 이전 각종 대회에서 4승을 거뒀고, 2007년 CJ 슈퍼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부터는 본격적인 승수 쌓기를 시작해 2017년까지 슈퍼6000, 슈퍼3800, 슈퍼2000, GT1 클래스를 포함해 모두 19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최고 종목인 슈퍼 6000클래스에서는 2008년 원년 시즌 챔피언을 차지한데 이어, 2014년과 2017년 등 세 시즌이나 종합 챔피언에 올랐다. 이는 김의수(제일제당) 선수와 함께 최대 시즌 챔피언 타이 기록이다.

또한 아트라스 BX의 플레잉 감독을 맡아 팀을 국내 최고 레이싱팀으로 만든 명장이기도 하다. 특히 2017 시즌에는 개인적으로는 시즌 8라운드 경기에서 3승을 달성하며 시즌 챔피언에 올랐고, 팀도 팀 챔피언십 포인트 1위를 차지해 더블 타이틀을 획득했다.

43살의 나이에 레이서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항우 감독 겸 선수를 만났다.


● CJ슈퍼레이스에서만 5회 우승, 남다른 인연


-통산 세 번째 슈퍼6000클래스 시즌 챔피언이다.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인데 소감은.


“오랜 시간 팀을 이뤄온 미케닉, 한국타이어 엔지니어들, 동료 드라이버들까지 정말로 한 식구가 되어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그런 긍정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레이스를 한 덕분에 결과가 잘 나왔다. 전보다 올해 챔피언이 더욱 기쁘게 느껴진다.”


-선수와 감독을 함께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모터스포츠는 팀 스포츠다. 선수, 감독, 미케닉, 팀 행정, 마케팅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간다. 모든 시스템은 선수들이 차를 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나 역시 선수이고 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운영, 기술 계획, 직원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분들은 따로 있다. 감독으로 하는 일은 명확한 목표 설정, 팀이 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 및 경영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카레이서로 CJ슈퍼레이스는 어떤 의미인가.

“슈퍼 6000 클래스 3번을 포함해 다섯 번의 종합 우승을 했는데 모두 CJ슈퍼레이스 대회였다. 지난달 최종전 기자회견 때도 말했는데 CJ슈퍼레이스 덕분에 우리나라 모터 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도 아닌데, 모터스포츠에 오랫동안 투자를 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올해 용인 대회는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왔다. 또 전 경기를 생방송했다. CJ슈퍼레이스가 국내 최고의 모터스포츠 카테고리를 멋지게 만들어줘 감사하고 영광이다.”


-국내 모터스포츠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나.

“스폰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생방송 시청율도 많이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 벌써 1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전에는 레이스 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대회가 진행되는 느낌이었다면, 몇 년 전부터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야 스폰서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안정적 회사 운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래가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2017 Cadillac 6000 클래스 시즌 챔피언인 조항우가 레이싱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위쪽) 10월28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7라운드 Cadillac 6000 클래스 팀 챔피언 시상식에서 조항우 감독 겸 선수가 이끄는 아트라스BX가 우승 후 기쁨의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CJ슈퍼레이스


● 늦깎이 데뷔, 맨몸으로 도전해 정상 올라

-비교적 늦은 나이에 카레이서가 되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면허를 따고 난 뒤에 레이서 세계에 뛰어들었다. F1 경기를 보고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22살 때 무작정 프랑스에 있는 레이싱 스쿨에 등록을 했다. 막상 가보니 체계적으로 레이싱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카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일종의 대회였다. 1등을 하면 다음 해 프랑스 포뮬러 르노팀 선수로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무작정 덤볐는데 1등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아까운 성적을 거뒀다. 그렇게 카레이서에 입문했다.”


-카레이서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온 이유는.

“레이싱 스쿨이 끝나고 캐나다에서 스폰서를 구하는 일에 몰두했다. 많은 회사를 찾아다녔지만 정말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피자집, 커피숍 등에서 작은 금액을 후원받아 몇 경기 겨우 나가는 상황이었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창원에서 F3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을 통해 팀 소개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천운이었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 최고 카레이서로 평가받고 있다.

“레이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초심을 잃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최고다’, ‘우리 팀이 최고다’라는 순간 꺾인다. 외국 선수들과도 시합을 하고, 지금도 글로벌 모터 스포츠 경험이 있는 이들과 경쟁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점이다. 20년 차를 탔지만 아직 모자라다고 느껴져 답답할 때도 있다. 그것이 레이스의 매력이다. 카 레이서는 완성되는 직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단련하고 도전하는 직업이다.”


● 드라이버 운전만 하지 않아…모든 분야 꿰뚫어야

-최고의 드라이버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는 타고난 재능이다. 기본적인 교육을 안받아도 차를 빠르게 잘 타는 이들이 있다. 두 번째는 드라이빙 테크닉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다. 차가 어떤 움직임을 통해 빨라질 수 있는지, 어떻게 컨트롤해야 빨라질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타는 머신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최적화 시키느냐다. 본인의 스킬과 이론을 머신의 기술적인 부분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프로 드라이버는 앉아서 운전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회사와 비교하면 모든 부서를 경험하고, 그 부서의 언어까지 깊이 이해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후배 드라이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조언을 해주고 싶은 부분도 많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은 모두 내 경쟁자라는 측면도 있다. 후배 중에 차를 아주 잘 타는 김동은(CJ로지스틱스)이라는 선수가 있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는 카트를 타던 꼬마였다. 하지만 그 때 나는 김동은을 아이가 아니라 칼을 갈고 있는 남자로 봤다. 언제든지 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때부터 경계했다(웃음). 나는 지금 현역이고 경쟁심이 매우 강하다. 물론 이제는 드라이버이자 감독으로서, 또 한국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하우를 나눠가져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3∼5살 때부터 카트를 타며 카 레이서를 준비하는 꿈나무들이 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카레이스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이 세계에 입문했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에서 지금까지 가슴에 남아있는 문장은 ‘랩타임을 0.1초 앞당기기 위해 가장 소중한 가족을 걸 정도로 몰입할 수 없다면 포기하라’는 말이다. 그 정도 결심과 파이팅이 없다면 카 레이서로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여기까지라는 한계는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인드가 결정한다.”


-카 레이스는 아직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스포츠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어쩌면 이제 막 모터스포츠가 대중화되고 있는 지금이 선수나 팀과 깊게 교감할 수 있는 기회다. 레이싱 팀들이 멀리서 보면 너무 어렵고 바빠 보이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하거나 팬 모임을 통해 교감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면 진심으로 응원하는 팀과 선수가 생기고, 그러면 대회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카레이서 조항우


▲1975년 8월26일생
▲아트라스BX 소속
▲주요 기록:슈퍼 6000클래스 시즌 챔피언 3회(최다 기록), ‘용인의 제왕’ 용인서 치러진 총 7번의 경기 중 4회 우승
▲주요 우승:2017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캐딜락 6000클래스 종합우승, 2014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종합시상식 MVP, 2014 제9회 한국모터스포츠 어워즈 올해의 드라이버, 2014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전 슈퍼6000 클래스 우승, 2009 제4회 필립스 한국모터스포츠대상 실버헬멧, 2009 CJ 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 3800 클래스 종합우승, 2008 CJ슈퍼레이스 슈퍼 6000 클래스 종합우승, 2007 CJ슈퍼레이스 GT 클래스 종합우승, 2007 한국모터스포츠 어워즈 올해의 드라이버, 2006 BAT GT 챔피언십 GT1 라운드 우승, 2005 GT1 태백 수퍼 레이스 우승, 2003 창원 F3 인터내셔널 슈퍼 레이스 F1800 우승, 2002 BAT GT시리즈 F1800 라운드 우승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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