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뉴스 재배치 사과해놓고… “네이버, 언론과 달라”

홍수영기자 , 임현석기자 , 송찬욱기자

입력 2017-10-31 03:00 수정 2017-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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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 국감 첫 증인 출석

IT 거물들 대거 출석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어선 채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국정 감사는 정보기술(IT) 거물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리처드 윤 애플코리아 대표, 이 창업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두 번째 줄 왼쪽부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로 진행돼 온 국정감사가 종료를 하루 앞둔 30일 정상화됐다. 보이콧 선언 나흘 만에 한국당이 국감 복귀를 선언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2개 상임위는 부처별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 “네이버, 언론과 달라”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에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증인으로 불러 미디어 시장에서 네이버의 부당 편집과 광고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 등을 추궁했다. 이 창업자는 외부 노출을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국감 출석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대외 활동을 자제했던 그는 답변 중 종종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 창업자는 스포츠 뉴스를 의도적으로 재배치한 것과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개선 방향이나 여론 조작 의혹에 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네이버는 최근 자사 직원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K리그 축구 기사를 부당 재배열한 사실이 드러났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최근 사과문을 올렸고, 한 대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도적인 뉴스 편집이 없도록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며 다시 사과했다.

뉴스 공정성과 관련된 질의가 집중됐으나, 이 창업자는 네이버에서 글로벌 투자만 담당하고 있어 현안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네이버를 언론으로 보느냐”는 의원 질의에 이 창업자는 “뉴스 생산을 하지 않아 기존의 언론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통적인 언론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라 생각하느냐’는 추가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네이버가 언론 조작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질의에는 “현재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내용을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 창업자는 뉴스 서비스 공정성과 관련해 “외부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맡기겠다고 시사했다. 그는 “외부 공격에 대한 위협이 없다면, 뉴스 서비스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네이버 편집 책임을 강화하고 견제하는 뉴미디어 편집위원회 설립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 야당 “네이버 청문회 열어야”

한국당 의원들은 이 창업자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와 별개로 과방위 차원에서 네이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국민을 기만한 네이버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네이버가 기사 순위를 재배열하면서 옥상옥으로서 언론 위에 군림하려 한다”고 했다.

광고 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라는 지적에 대해서 이 창업자는 일부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네이버의 검색 광고인 ‘파워링크’ 서비스를 “유전(有錢) 앞줄, 무전(無錢) 뒷줄”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돈만 내면 품질과 상관없이 광고비에 따라 (검색 결과에서) 앞줄에 간다. 네이버가 손만 대면 중소기업이 팍팍 쓰러진다”며 따졌다. 이 창업자는 “검색 광고 방식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구글 등 전 세계 검색 엔진이 다 하는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또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이 창업자는 “구글은 시장점유율 90%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한국에서 70%를 지키고 있다. 인터넷은 국내만 보시지 말고 세계도 같이 보시는 게 좋겠다. 광고 수도 구글과 비교하면 네이버가 절대로 많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 창업자의 답변 태도를 놓고 여야 의원 간 공방도 오갔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네이버의) 실질적인 오너가 이해진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해외로 뻗어나가려고 애 쓰는 분인데 죄인 취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국감에 복귀했지만 국감장 곳곳에서 여야 간 마찰이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장례식장에서 볼 법한 검은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국감장에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공영방송이 사망했다’는 항의 표시 차원이었다.

홍수영 gaea@donga.com·임현석·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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