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속 코발트빛 바다… 평화가 노니는 ‘중동의 파라다이스’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입력 2017-10-28 03:00 수정 2017-10-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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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이스라엘 & 홍해 아카바만

《지난달 텔아비브 국제공항(이스라엘)에서다. 착륙 직후 스마트폰을 켜자 문자 7개가 숨넘어가듯 들어왔다. 기자가 위험지역에 당도했음을 알려주는 우리 외교부의 경고메시지다. 그게 이렇듯 여러 개인 이유. ‘여행자제’국인데다 몇 곳은 ‘여행유의’(갈릴리호수 사해) ‘철수권고’(가자지구와 인근 5km) ‘특별여행주의보’(요르단강 서안지구) ‘특별여행경보’(가자지구)로 지정된 탓. 이걸 본 현지 안내자(이스라엘인)는 실소했다. 한국이 더 위험해 보여서란다. 하기야 핵실험에 미사일·대륙간탄도탄 발사실험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과 대치중이니….

중동에 대한 막연한 불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비롯된 소요와 테러, 국지전 가능성이란 현재적 위협에서 온다. 그런데 그게 어디 여기뿐인가. 테러가 일어난 런던 파리 마르세유 라스베이거스(미국)가 그 예다. 오히려 요즘은 중동이 조용하다. 중동은 탐구욕을 자극하는 미래의 여행지다. 거기서도 지중해동쪽 레반트(Levant)지역(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은 매력적이다. 오늘 소개할 곳은 요르단과 이스라엘, 이집트(홍해). 성지순례가 아니라 멋진 해변과 온천, 리조트를 찾는 휴양여행이다.》
 


세 바다를 거느린 이스라엘

요르단의 사해 근방 깊은 계곡 안에 자리잡은 에바손 핫스프링즈 스파앤리조트. 저 폭포의 물은 지열로 데워진 온천수다. 마인(요르단)에서 summer@donga.com
이스라엘이 지중해국가라고 하면 대부분 의아해 한다. 지도를 보자. 서쪽이 바다인데 그게 지중해다. 거기엔 기원전부터 존재한 여러 항구가 있다. 야파(Jaffa·텔아비브), 하이파, 아코다. 야파는 기원전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의 해상관문. 구약성서의 ‘욥바’가 거기다. 지시를 거역하고 레바논행 선박에 오른 요나를 하느님은 물고기 밥이 되게 하는 벌로 혼냈는데 그 배 출항지가 야파다. 이방인 선교에 나선 베드로 사도가 배를 탄 곳도, 천사의 환상을 본 곳도, 죽은 다비다를 살려낸 곳도 거기다. 아코는 예루살렘 탈환을 위해 원정에 나선 십자군배가 당도했던 곳이다.

‘이스라엘의 뉴욕’격인 텔아비브의 정식 지명은 ‘텔아비브-야파’. 그 야파를 품은 도시를 의미한다. 옛 항구는 해변남단의 바위절벽 아래 여전하다. 해변의 백사장은 북쪽으로 5km가량 이어지는데 오하우섬(미국 하와이주)의 와이키키해변 못잖게 아름답다. 그 주변은 텔아비브의 중심가. 길가엔 고급아파트와 호텔이 즐비하다. 해변으론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따르고 거긴 이른 아침부터 조깅과 산책객으로 붐빈다. 이렇듯 멋진 해변이 도심에 있는 국제도시, 흔치 않다.

그런 이스라엘엔 두 개의 바다가 더 있다. 홍해와 사해(서쪽 절반)인데 이 중 사해(절반)는 전쟁(제3차중동전·1967년)으로 빼앗은 영토다. 홍해의 이스라엘 영토는 아카바만의 에일랏(Eilat). 아라비아해 진출의 교두보다. 그런데 에일랏은 항구이자 휴양지. 홍해의 맑은 물에서 스쿠버다이빙과 워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도시다.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의 기습작전으로 사해를 요르단으로부터 빼앗았다. 당시 함께 확보한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현재 팔레스타인자치지구)도 요르단 영토였다. 그래서 사해는 두 나라의 국경선이 됐다.


두 바다의 요르단

사해 동안의 이슈타르(요르단)에 자리잡은 켐핀스키 이슈타르 사해 호텔의 야외풀. 건너편 산악은 이스라엘 땅이다. 이슈타르(요르단)에서 summer@donga.com
요르단의 두 바다 역시 홍해와 사해다. 그 바다연안의 관광중심지는 아카바만의 아카바와 사해동안의 이슈타르. ‘아랍대봉기’(오스만튀르크 제국을 상대로 아랍부족연합이 1916년에 일으킨 국토회복 무력항쟁)를 그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본 이는 기억할 것이다. 영국육군 로렌스 대위와 파이잘 왕자(현 요르단국왕의 선조)의 항쟁부대가 천신만고 끝에 네푸드사막을 건넌다. 그러고는 홍해의 오스만튀르크군 전략요충지를 기습해 큰 전과를 올리는데 거기가 아카바항이다. 사해는 애초 요르단 영토였다. 그게 제3차 중동전 때 이스라엘에 절반을 빼앗겼다. 1994년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지는 양국간에 비무장지대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이 사해(서안)에 휴양지를 개발한 건 1980년대부터. 하지만 요르단의 경우는 금세기 들어서다. 그래서 이스라엘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그 중심 이슈타르는 암만(수도)에서 한 시간 거리. 해안에는 켐핀스키와 뫼벤픽 등 세계 최고급 호텔체인과 리조트가 계속 들어서는 중. 그런 리조트는 사해변의 경관도로 주변을 따른다. 사해동안(요르단 쪽)은 서안(이스라엘 쪽)과 달리 경사진 구릉지. 경관도로는 그 구릉 위로 건설돼 사해의 멋진 풍광이 잘 조망된다. 덕분에 이스라엘해변을 망가뜨리고 있는 싱크홀(사해 수위 저하로 인한 소금지반의 붕괴)피해도 적다.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예수가 세례를 받았던 세례 터(사해 근방)도 평화협정 후 시작된 유적 발굴 작업으로 찾아내 순례객이 줄을 잇고 있다.


네 나라-한 휴양지, 아카바만

홍해북단의 시나이나반도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두 대륙을 잇는 징검다리. 아프리카대륙(서쪽)과 사이엔 수에즈만, 아라비아반도(동쪽)와 사이엔 아카바만을 거느린다. 아카바만은 홍해 북쪽의 좁은 만 북단(연안)은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네 나라로 나뉜다.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대양의 교두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 요르단은 아카바만 연안에 영토가 없었다. 현재의 아카바항은 사우디에 내륙영토를 내주고 어렵사리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이 4국의 각축장이 모두에게 최고의 바다휴양지가 됐다.

홍해는 오대양에서 물 맑기가 최고. 스쿠버다이버 여행지로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수심 5m 아래 바위가 물 밖에서도 선명히 보일 정도다. 그런 물은 누구든 뛰어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에선 수영복 착용이나 해수욕을 터부시한다. 그래서 아랍계 휴양객은 해변 그늘막에서 휴식하는 걸로 만족한다. 반면 유대계의 이스라엘인은 에일랏 앞 바다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다이빙을 즐긴다. 요르단 해변에는 멋진 리조트호텔이 줄지어 있다. 대부분 휴양객은 유럽인. 그 호텔의 서쪽은 이스라엘이고 좀더 멀리 물 건너 서쪽해안은 이집트, 반대로 동쪽해안은 사우디아라비아다.

며칠 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자(32)는 5000억 달러(약 564조 원)를 들여 서울 44배 크기의 신도시건설 플랜을 발표했다. 예정지는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3국에 걸친 육해공운송 가능지역’. 그런데 기자가 아는 한 그런 곳은 이 아카바만뿐. 지난달 그는 비밀리에 이스라엘을 방문해 총리를 만났다. 이집트와 요르단 사이의 에일랏(이스라엘)을 빼고는 신도시를 지을 수 없어 그걸 상의하러 간 것으로 보인다.


홍해 최고의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

시나이반도(이집트) 남쪽의 홍해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 해변. 샤름 엘 셰이크(이집트)에서 summer@donga.com
샤름 엘 셰이크(이집트)는 시나이반도 남단 근방의 홍해 휴양도시. 아카바만 초입에 있다. 이곳에 대한 첫인상은 강렬하다. 황무지사막과 코발트 빛깔의 바다가 한 공간에 존재하는 생경한 풍경 덕분이다. 이곳은 축복받은 곳이다. 유리처럼 투명한 물속에선 온갖 물고기가 사람을 피하지 않은 채 노닐고 늘 햇빛이 쨍쨍하지만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해서다. 그런 샤름 엘 셰이크 해변의 풍광은 토속적이다. 밀짚으로 이은 뾰족한 지붕의 그늘 집으로 뒤덮여서다. 그래서 총천연색 파라솔의 지중해 휴양지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덕분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두 대륙 사이 중동의 홍해에 와 있음을 잊지 않는다.

샤름 엘 셰이크 타운도 아카바만의 에일랏(이스라엘)이나 아카바(아카바만)와 그 분위기가 다르다. 휴양지 느낌이 더 짙고 화려해서다. 배경엔 러시아가 있다. 이곳은 러시아발 항공기가 하루 두세 편씩 연중 쉼 없이 휴양객을 실어 나르는 인기 휴양지. 그런데 러시아휴양객의 통 큰 씀씀이는 세계적으로 이름났다. 밤거리의 활기차고 화려한 분위기는 거기서 온 것. 러시아의 겨울엔 더 북적인다. 뜨거운 태양아래 선탠하고 홍해 바닷가에서 휴식하려는 러시아인들이 앞을 다퉈 이곳을 찾아서다.

그런데 이곳 역시도 전쟁의 산물. 휴양지 개발이 이스라엘에 의해 시작돼서다. 제3차 중동전 때 이곳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작은 어촌이던 이곳을 휴양지로 바꾸었다. 현재 모습은 1982년 반환 뒤 이집트가 외국투자유치로 개발한 결과. 이후 ‘평화의 도시’로 불리는데 중동평화협상이 여기서 자주 열린 덕분이다.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자치지구로 만드는데 합의(1999년)한 협정도 여기서 체결됐다. 2011년 벨벳혁명 당시 실각한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 몸을 숨긴 곳도, 사임 발표를 한 곳도 여기다. 연중 기온은 21∼28도(평균)며 연간 방문객 수는 600만 명.
 

요르단·이스라엘·이집트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요르단: ◇사해 ▽이슈타르 지역 △켐핀스키 이슈타르 사해: www.kempinski.com △뫼벤픽 리조트앤스파 사해: www.movenpick.com ▽마인(Ma‘in)지역 △마인 핫스프링즈 리조트앤스파: www.mainhotsprings.com △에바손 마인 핫스프링즈: www.sixsenses.com/evason-resorts ◇홍해 ▽아카바 △켐핀스키 홍해: www.kempinski.com ◇여행정보: www.visitjordan.com

이스라엘: ◇사해 ▽엥보켁 해변: 이스라엘사해의 대표 비치로 샘물 솟는 해변에 호텔 12개. www.einbokek.com △르 메르디앙 다비드 리조트앤스파 사해: www.david-deadsea.com △호드 하미드바 호텔 사해: www.hodhotel.co.il △다니엘 사해 스파호텔: www.tamareshotels.com ◇여행정보: www.goisrael.com

이집트: ◇홍해 ▽샤름 엘 셰이크 지역: 골프 스쿠버다이빙 사륜구동오토바이 사막 드라이빙 즐기기는 물론 워터파크까지 두루 갖춘 천혜의 바다의 라스베이거스. www.sharm-el-sheikh.com ◇여행정보: www.egypt.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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