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 눈뜬 印尼-말레이… 벤처투자 격전지 부상

신수정기자

입력 2017-10-26 03:00 수정 2017-10-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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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이 4차 산업혁명의 실험실이자 벤처캐피털(VC)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가 2억5000만 명을 넘는 인도네시아에 글로벌 VC의 투자가 늘면서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해외의 고급인력 수혈이 스타트업 육성에 필수임을 간파한 말레이시아는 최근 이주정책을 개선해 첨단기술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지리학자)가 최근 발표한 ‘동남아 4차 산업혁명과 한국기업의 진출 기회 모색’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2017년 7월 전 세계 VC 투자 중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46%로 미국(58%), 영국(6%), 중국(5%), 인도(4%), 독일(3%), 캐나다(3%)에 이어 VC들이 선호하는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 유니콘으로는 2010년 설립된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업체인 ‘고젝’이 꼽힌다. 지하철이 없고 시내버스 노선이 부족해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는 인도네시아에서 고젝은 오토바이 택시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인도네시아 10개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고젝 기사 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고젝은 오토바이 공유 사업을 넘어 택배, 배달, 장보기, 청소, 미용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고젝에는 지난해 8월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들이 5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중국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도 1억∼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토코페디아’도 올해 8월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로부터 11억 달러를 투자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토코페디아는 2009년 설립된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인구가 늘고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항공 예약에서 시작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트래블로카’도 올 7월 익스피디아로부터 3억50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유니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설립된 트래블로카는 처음에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비행기 티켓 예약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로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 다운로드 수가 2000만 건을 넘는 등 동남아 지역 전체를 커버하는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올해를 인터넷 경제의 해로 선포하고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해외 고급인력 수혈을 디지털 혁신의 중요 성공 요인으로 보고 최근 이주정책을 대폭 개선해 첨단기술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문직 방문 패스(Professional Visit Pass)’라는 새로운 취업비자 제도를 도입해 해외 기업에 소속돼 있더라도 1년간은 말레이시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15년 말레이시아 내 외국인 FDI는 70억 달러로 2009년(14억 달러)의 약 5배로 늘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국 투자기업 중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뽑힌 기업들에 ‘개척자 자격(Pioneer Status)’이란 인증을 주고 5년간 법인세를 30% 깎아주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그랩’이 있다. 동남아에서는 이미 ‘우버’를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7개국 8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랩에 등록된 운전사 수는 120만 명이다. 올해 6월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는 그랩에 공동으로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2014년 설립된 ‘아이플릭스’는 TV 프로그램 및 영화에 대한 구독 기반 VOD 서비스를 동남아 고객들을 타기팅해 제공하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차기 유니콘 기업 후보로 꼽힌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 교수는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은 한류 열풍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급변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무관심한 편”이라며 “한류 인기나 문화콘텐츠 장점을 살려 동남아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유니콘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부르는 말로 전설의 동물 유니콘처럼 희귀하다는 뜻에서 나온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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