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오페라 투란도트, ‘눈이 가까워지니 심장이 따라왔다’

양형모 기자

입력 2017-10-25 13:07 수정 2017-10-25 13:1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중극장에서 과연 투란도트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머쓱하리만치 좋았다.

오페라 투란도트가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공연된 것은 10월20일과 21일.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세 차례 막을 올렸다.

투란도트는 뉴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광림아트센터가 주최한 ‘뉴오페라 페스티벌 2017’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올 3월부터 연말까지 매월 새로운 오페라를 총 10편 선보이는 기획이다. 나비부인, 라보엠과 같은 작품들이 앞서 관객들과 만났다.

이 기획의 타이틀에 왜 ‘뉴(NEW)’가 붙어 있는지는, 투란도트를 보며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작지만 깨알 같은 감동과 매력이 빼곡했다. 대극장의 투란도트가 TV 드라마라면, 이날 관극한 ‘뉴 투란도트’는 유튜브 영상을 연달아 클릭해 보는 듯한 재미가 났다.

무엇보다 내 눈과 가까웠다. 가수들의 노래가 단단하게 뭉쳐져 객석으로 날아드는 듯했다. 투란도트의 얼음 같은 표정, 노래하는 칼라프 왕자의 목젖과 가슴의 울렁임이 고스란히 안구에 담겼다. 요즘 유행어로 하자면, “이게 실화냐!” 싶다.


안주은의 연출이 흥미로웠다. 오밀조밀한 디테일이 곳곳에서 눈을 잡아끈다.

흙냄새 풀풀 나는 백성들의 황토색 의상, 페르시아 왕자의 사형을 앞두고 이국의 무희들이 끊임없이 흔드는 피 붉은 천, 저 유명한 네순 도르마에서 탁 터져 객석을 물들이는 별빛 조명, 주인공의 심경과 무대의 분위기를 입은 신비로운 달.

극장 규모상 어쩔 수 없는 미니 오케스트라의 빈 자리를 풍성한 사운드로 메운 엘렉톤.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를 얻기 위해 ‘세 개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날 본 투란도트는 어쩐지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선에서 세 개의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감탄을 자아냈으며, 무엇보다 짜릿했다.

20일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석란은 매력적인 음색과 넉넉한 성량, 자연스러운 몸 연기(투란도트는 이게 필요하다)로 얼음공주의 차가운 체온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막판의 반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이석란이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하나씩 캐릭터를 쌓아 올려 두터움을 만들어 놓은 덕일 것이다.

테너 이현종(칼라프), 황원희(류), 안세환(티무르 왕), 정준식(핑), 최민혁(퐁), 김요한(팡) 등이 출연했다.

무대와 관객의 눈이 더없이 가까웠던 ‘뉴’ 투란도트.

눈이 가까워지면, 심장도 더불어 가까워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 멋진 공연이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