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급성 심장마비 환자 생과 사를 가르는 4분

홍은심 기자

입력 2017-10-25 03:00 수정 2017-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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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자동심장충격기 시스템
심장마비 시 초기 응급처치 중요
국내 심폐소생술 시행 비율 낮아
‘씨유 홈 AED 시스템’으로
가정에서 실시간 케어 가능해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이 ‘씨유 홈 AED 시스템’의 심박 측정 기기를 가슴에 부착하고 있으면 잠잘 때나 가정 내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심장박동 수를 본인이나 가족들이실시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씨유메디칼시스템 제공

“이봐요! 정신 차리세요!”

버스 안에서 갑자기 한 여자가 쓰러졌다. 동공이 풀려가고 있는 여자를 손으로 흔들었지만 여자의 반응은 점점 느려지고 거칠게 헐떡이던 호흡도 서서히 멎어갔다.

“아저씨, 빨리 119에 전화해 주세요!”

앞에서 걱정스러운 듯 보고 있는 남자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여자를 바닥에 눕힌다. 고개를 뒤로 젖힌 뒤 입을 열어 입안을 살펴봤다. 원활한 인공호흡을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턱은 앞으로 잡아 뺀다. 막힌 기도에 산소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확히 두 번 호흡을 불어넣고 명치에서 3cm 위 지점에 두 손을 겹쳐 올려 체중을 싣는다. 분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30회 정도 심장압박을 실시했다. 심장압박과 인공호흡을 반복하자 겨우 여자의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여자가 쓰러지고 불과 3분 남짓한 시간 안에 모두 이뤄진 일이다.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알려졌던 버스 안 응급상황이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던 사람은 간호사였다. 다행히 빠른 응급처치로 여자는 무사했다.

응급환자의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심장과 폐는 멎은 후라도 4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시행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생명 살리는 4분의 골든타임


심장마비가 온 뒤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4분이다. 우리 몸 속의 폐와 혈관 내에는 여분의 산소가 있어서 몇 분 정도까지는 새로운 산소의 유입이 없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숨을 쉬지 않아도 얼마 동안은 심장이 뛸 수 있어 폐 속의 산소를 이용한다. 하지만 4분이 지나고 심장이 멈추면 폐와 혈관 속 여분의 산소는 더 이상 순환을 할 수가 없다. 이때부터 4분 이내에 심장의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결국 뇌 손상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고 만다.

국내 심장마비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중년 이후에 조심해야 할 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젊은층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급성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2만9832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뇌 기능을 회복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회생 비율은 7∼11%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도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는 4년 새 10만 명이나 늘어나 2015년 85만9909명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 비해 10만5000명, 약 14%가 증가한 규모다.


119에 전화만 하면 될까


10일 한국 축구에 비보가 전해졌다.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던 조진호 감독이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조 감독은 출근길에 지인과 통화하던 도중 쓰러졌다. 원인은 급성 심장 마비.

2010년 2월 7일 생을 달리한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임수혁 선수의 죽음도 사고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것이 문제였다. 심장과 호흡은 살려냈으나 뇌에 산소 공급이 끊겨 뇌사 상태에 빠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10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

심장정지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를 목격한 사람이 얼마나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응급처치를 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촌각을 다투는 심장마비 환자에게 119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을 수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과 심장정지생존율이 각각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0년 3.3%, 2012년 6.5%, 2013년 8.7%, 2014년 12.1%로 매 2년간 약 2배씩 향상됐지만 여전히 스웨덴(55%), 미국(30.8%), 일본(27%)에 비해 크게 낮았다. 심장정지 생존율에서도 미국 시애틀(11.7%), 스웨덴(7.8%), 일본(6.2%)에 비해 크게 낮은 4.8%를 기록했다.




‘씨유 홈 AED 시스템’으로 실시간 관리


심장정지 환자의 발생비율을 살펴보면 가정 내 발생이 57% 정도다. 일단 가정에서 발생한 심장정지는 배우자 등 가족에 의해 초기 응급처치가 시행되는데 대부분 환자가 고령이고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자인 경우가 많아 심폐소생술 등 정확한 초기 대응이 시행되기 어렵다.

나학록 씨유메디칼시스템 대표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심장마비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1인 가구 증가도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530만 명을 넘어섰다. 1인 가구의 구성비는 27.8%에 달하며 2010년보다 약 100만 가구가 늘었다. 최근 15년 사이 1인 가구는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나 대표가 개발한 ‘씨유 홈 AED 시스템’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발맞춰 개발됐다. 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심박측정 기기와 AED(자동심장충격기) 시스템을 연계해 사전 징후를 파악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했다.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이 씨유 홈 AED 시스템의 심박측정 기기를 가슴에 부착하고 있으면 잠잘 때나 가정 내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심장박동 수를 본인이나 가족이 실시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심장박동이 설정해둔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홈 AED 기기가 자동으로 켜지고 알람 시스템이 작동한다. 앱에 연락처가 등록돼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는 문자메시지와 긴급전화가 간다. 골든타임 4분 내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나 대표는 “심장마비 응급처치는 혼자서 할 수 없는데 가족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려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는 것이 씨유 홈 AED 시스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씨유메디칼시스템은 효과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씨유 홈 AED 시스템 케어 서비스에 등록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지인들뿐만 아니라 119구급센터 등에 직접 신고전화를 하는 모니터링 역할을 해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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