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사회의 잔혹한 민낯… 배우 이승헌의 연기로 몰입감 더해

김정은기자

입력 2017-10-24 03:00 수정 2017-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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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연극 ‘1984’

국립극단 신작 연극 ‘1984’의 한 장면. 개인의 행동은 물론이고 생각마저 감시받는 사회를 ‘빅브러더’를 통해 비판한다. 국립극단 제공
결코 쉬운 작품은 아니다. 조지 오웰이 쓴 원작 소설만큼이나 심오한 주제의식과 모순되고 복잡한 구조를 담았다.

국립극단의 신작 연극 ‘1984’는 영국 극작가 겸 연출가 로버트 아이크와 덩컨 맥밀런의 각색 본을 바탕으로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소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 없는 미래의 북클럽과 호스트(북클럽을 이끄는 리더)를 설정한 점이다. 북클럽 회원들이 읽게 되는 한 권의 책을 매개로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액자식 구성을 띤다.

큰 틀에서 연극 역시 ‘빅브러더’로 대변되는 통제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당의 통제로 인해 개인 행동과 생각마저 감시받는 사회, 절대 권력을 의심하고 저항했다가 가혹하게 처벌받는 개인 등을 그린다.

2013년 영국 초연 공연은 일부 관객이 객석에서 구토를 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됐지만, 한태숙 연출의 한국 공연에선 이보단 수위를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스턴이 당 간부 오브라이언으로부터 고문을 받는 극 후반부 일부 장면은 다소 잔혹하게 그려진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 역을 맡은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 이승헌의 연기가 단연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인상, 폭발력 있는 연기력 등 여러모로 무대 위 이승헌은 완벽한 윈스턴으로 변신한다. 통제사회 시스템을 의심하고 여자친구 줄리아와 함께 조금씩 저항해가는 과정에선 결의와 비장함이, 극 후반부 오브라이언에게 배신당한 뒤 고문 받는 장면에선 처절함과 나약함을 드라마틱하게 연기했다. 11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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