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마-루이뷔통의 ‘미술 동맹’

김선미기자

입력 2017-10-19 03:00 수정 2017-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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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200점 대서양 건너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으로

‘모마 인 파리’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 현재 전시 중인 주요 작품을 본보가 그래픽 작업해서 벽면에 한데 모아 걸어봤다.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알에이치코리아 제공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모마)에 있던 세계적 미술작품 200여 점이 대서양을 건너 11일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에 걸렸다.

내년 3월 5일까지 ‘모마 인 파리’란 이름으로 모마의 위대한 작품들을 전시하게 된 미술관은 파리 서쪽 불로뉴 숲속에 있는 ‘루이뷔통재단 미술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이 미술관 대표를 겸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2001년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처음 만나 미술관 건립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로부터 5년 후 루이뷔통재단을 만들고 파리시와 공공부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루이뷔통재단은 예술과 디자인을 장려하기 위해 2007년 1월 1일부터 1만여 m²의 땅을 55년간 장기 임차한다.’

게리가 배 모양으로 설계한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은 그렇게 2014년 10월 문을 열었고 설립 3년 만에 관람객 350만 명이 다녀간 랜드마크 미술관이 됐다. 파리 본사의 집무실에 피아노를 두고 종종 피아니스트 수준의 연주 실력을 보이는 아르노 회장은 이 미술관 개관 때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초청해 기념 공연을 했다. 자신이 아끼는 미국 추상화가 엘즈워스 켈리의 캔버스 작품도 이때 함께 전시했다. 이후 이 미술관에서는 피아노 독주회부터 실내 관현악까지 매월 품격 있는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엔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랑이 이 유리 미술관 건물에 한시적으로 형형색색 필터를 입혔다. 같은 시기 러시아 미술 컬렉터 세르게이 슈킨의 컬렉션을 전시할 때엔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 다 모였다”는 세간의 평가도 나왔다.

이번 모마 인 파리에 나온 미술품도 쟁쟁하다. 후기 인상파의 막을 연 폴 세잔(1839∼1906)의 ‘목욕하는 사람’, 2012년 루이뷔통과 협업 제품을 내놓은 후 더욱 핫해진 구사마 야요이(88)의 ‘축적1’, 브루스 나우먼(76)의 비디오 아트 ‘인간/필요/욕구’, 마흔 개의 스피커 사이를 거닐면서 여러 화음을 느낄 수 있는 재닛 카디프(60)의 설치미술 ‘40성부 모테트’….

록펠러 가문 여성 등 세 명의 컬렉터가 단 84점의 작품을 소장한 가운데 1929년 시작한 모마는 이제 15만 점을 소장한 ‘끝내주게 잘나가는’ 미술관으로 변신해 계속 공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작품 200점이 파리로 잠시 날아간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미술관 측은 “예술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려 하는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미술과 럭셔리의 컬래버레이션은 서로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날실과 씨실처럼 나눠 짜는 작업이다. 모마 인 파리를 통해 루이뷔통은 모마의 예술적 후광을 고스란히 얻었다. 모마도 유럽에서 아카이브 역사자료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프랭크 게리

캐나다 출신 미국 건축가(88).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1989년). 티타늄과 유리를 사용한 미래형 곡선 디자인이 특징. 주요 작품은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을 비롯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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