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목장 가꾸려 환갑 넘어 다이빙

동아일보

입력 2017-10-11 03:00 수정 2017-10-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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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바다목장’ 주역 명정구 연구원

명정구 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40년 동안 바닷속을 직접 관찰하며 연구한 과학자다. 그는 “정년퇴직 나이인 65세까지는 직접 바다에 들어가면서 연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명정구 연구원 제공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바다에 들어가고 있으니 주위에서 큰일난다고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더 들어가야 합니다. 조사가 아직 덜 끝난 지역이 있거든요.”

명정구 해양과학기술원 생태기반연구센터 책임연구원(62)은 40년 동안 다이빙을 해왔지만 여가를 즐기기 위한 다이빙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통영 바다목장을 계획한 연구자다. 2007년 6월 준공된 통영 바다목장은 경상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고기인 볼락류의 개체 수를 늘리고 해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다. 바다목장 조성 전 110t에 불과했던 볼락류는 현재 볼락 1195t, 조피볼락 318.8t으로 약 13.8배로 증가했다.

“다이빙을 오래해 보니 같은 종류의 물고기도 나이에 따라 좋아하는 서식 장소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동해와 서해, 남해 환경은 또 다르고요. 이걸 고려해 바다목장을 계획할 때 0∼5년에 걸친 연령대의 물고기에 각각 맞는 인공어초(어류가 모여 서식하는 장소)를 만들어 넣었지요.”

통영 바다목장의 성공은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2007년에는 중국 산둥(山東)성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필리핀에서 통영 바다목장에 대한 교육을 요청해 왔다.

명 연구원은 통영 바다목장으로 낚시꾼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바다목장 주변을 낚시 관광지로 만들면 어민들이 낚싯배를 운항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낚시 어종 중 최고라고 불리는 ‘돔’을 불러들이기 위해 올해 1월 통영 연명마을 앞바다에 돔용 인공어초를 개발해 설치했다. 지역 어민들은 이전 연도에 비해 올봄에 참돔이 많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고 한다. 올가을에는 감성돔이 많이 잡힐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명 연구원의 다음 목표는 울릉도·독도 생태 보존 및 관광지침서를 만드는 일이다. 말레이시아 시파단 영토 분쟁 결과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파단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해안 경계 인근에 있는 섬으로 풍부한 수산자원을 가진 해역에 있다. 두 나라는 시파단의 소유권을 주장해 왔는데 2002년 국제사법재판소는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어업 활동은 인도네시아가 많았지만 말레이시아가 시파단의 생태를 조사하고, 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거북 보호지역’을 지정한 것에 높은 가치를 매겼다.

명 연구원이 지난해 울릉도·독도 국제수중사진촬영대회를 연 것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그는 이 대회에 참여한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10년 동안 조사한 울릉도·독도 인근 해양생태 자료집을 배포했다. 현재 울릉도와 독도 인근 12곳을 조사한 자료집인데, 울릉도 인근 4곳, 독도 인근 2곳을 추가 조사한 뒤 정식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울릉도·독도 주변에서 다이빙 같은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세계의 다이버들이 독도가 명확하게 표기된 그의 책을 활용하기를 그는 기대하고 있다. 명 연구원은 “과학자로서 해양생태계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수단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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