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보건안보·백신주권’을 지킨 반세기, 혁신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새로운 역사를 쓴다

동아일보

입력 2017-10-02 03:00 수정 2017-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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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맞은 필수의약품 국산화의 선구자 - 녹십자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디딘 녹십자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의약품 불모지에서 시작한 녹십자의 도전은 대한민국 120년 제약사에 큰 획을 남겼다. 반 세기에 걸쳐 혈액제제와 백신 한 우물만 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한민국 바이오의약품 역사를 이끌어 왔다.

이러한 역사의 중심에는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될 필수의약품 개발’이란 녹십자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선대 회장인 고 허영섭 회장의 꿈과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 필수의약품 국산화 통해 꿈꾼 질병 없는 사회

독일 아헨공대 금속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던 고 허영섭 회장은 교수가 되려던 꿈을 접고 아버지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그룹 창업주의 권유에 따라 1970년, 녹십자(당시, 극동제약)에 입사하며 제약인의 길을 걸었다.

허영섭 회장은 ‘R&D는 미래의 매출액’이란 신념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중시했다. 이러한 철학의 첫 결실은 우리나라의 백신 독립으로 이어졌다. 녹십자는 1983년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B형간염백신 ‘헤파박스-B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B형 간염을 정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돌입한지 12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당시 국민병으로 불리던 B형간염의 예방은 전량 고가의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녹십자는 헤파박스-B가 예방의약품으로서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수입 백신의 1/3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하여 국민들이 쉽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내 B형간염 퇴치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1970년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0¤15%에 달하던 B형간염 표면항원 보유율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전체 인구의 2%대로 현저하게 감소했다.

특히, 허영섭 회장은 B형 간염백신 개발로 창출된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우수의약품
개발을 통해 인류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1984년 국내 민간 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과학기술처의 승인을 받아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법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전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먼지가 쌓여도 이 땅에 쌓이게 해야 한다”, 당시 허영섭 회장의 결정이 함축되어 있는 말이다. 목암연구소의 국내 건립은 당시 우수한 인력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선진국에 더 많았음에도 한국에 연구소를 만들어야 연구성과나 연구인력이 한국에 남아 한국의 재산이 된다는 허영섭 회장의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했다.


■ “백신 주권을 지킬 수 없다면 돈은 필요없다”

2005년, 녹십자는 당시 정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독감백신원료 생산기반 구축사업‘의 최종사업자로 선정돼 독감백신원액생산시설, 기초백신원액생산시설, 완제품생산시설 등을 갖춘 공장을 전라남도 화순 지방산업단지에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허영섭 회장은 대규모 투자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이 사업을 백신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판단으로 외국기업과 합작없이 추진했다.

2009년 준공된 녹십자 화순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계절 독감백신, 신종인플루엔자백신, 일본뇌염백신, 신증후 출혈열백신, 수두백신 등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녹십자 화순공장 준공을 앞둔 2009년 4월, 새로운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의해 멕시코에서만 6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 ’신종인플루엔자‘로 불려진 이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졌고 세계보건기구(WHO)는 판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을 선언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치료제는 전염속도가 빠른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예방이 가능한 백신이 절실한 상황이었으나 백신 생산이 가능한 11개국 이외에는 백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녹십자는 화순공장 준공을 위한 막바지 작업과 동시에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생산준비에 돌입, 2009년 9월 세계 여덟 번째로 신종인플루엔자 개발에 성공하고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녹십자가 개발한 신종플루 백신은 자체 개발 및 생산에 의한 외화절감, 바이러스 전염 차단에 따른 의료서비스 비용 절감은 물론 극도의 공황상태에 이른 국가적 혼란을 안정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금전적 측면을 넘어 몇 배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으로 인해 국제 백신 가격이 치솟아 수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수익을 포기하며 국내우선 공급원칙을 지켜 국가 보건안보에 크게 기여하였다.

당시 녹십자와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신종플루에 대해 가장 모범적으로 방어에 나선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허영섭 회장은 녹십자 안에 지속적인 R&D투자와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필수의약품 개발‘ 이란 DNA를 심어놨다.


■ 백신수출 고공행진…국제기구 입찰 시장 점유율 1위 이어가

녹십자는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독감백신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해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 자격을 확보한 이후 매년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전적격심사는 WHO가 백신의 품질 및 유효ㆍ안전성을 심사해 국제기구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녹십자는 지난 2014년 이후 범미보건기구 독감백신 입찰에서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범미보건기구 남반구 입찰에서 약 3700만달러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하며 이 부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번 수주금액을 포함한 독감백신의 누적 수주 금액은 해외 수출 6년여만에 2억 달러를 돌파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유엔 입찰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수주 실적 중 42%가 녹십자 제품일 정도로 ’Made by 녹십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녹십자는 WHO로부터 자사의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의 사전적격성평가 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녹십자가 일찌감치 수출 길 선점을 통해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미 국제기구 입찰을 통해 수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3가 독감백신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독감백신은 계절성 백신이기 때문에 북반구와 남반구 시장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녹십자는 남반구와 북반구 시장 공급의 균형을 50:50으로 맞췄다.
지난 1월 녹십자는 범미보건기구의 2017¤2018 공급분 수두백신 입찰에서 약 6천만 달러(한화 약 725억 원) 규모의 수두백신 수주했다. 이는 PAHO 수두백신 전체 입찰분의 66%에 달하는 규모로 이로써 녹십자는 국제기구 입찰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다. 1993년 세계에서 두 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녹십자의 수두백신은 중남미, 아시아 등지에 20여 년 동안 수출되고 있다.


■ 녹십자 혈액제제, 진정한 글로벌 시장 진출 목전

백신과 함께 녹십자를 대표하는 혈액제제 사업은 진정한 글로벌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오창공장을 2배로 증설해 총 혈장처리능력을 최대 140만¤ 규모로 늘렸다.

이로써 녹십자는 연간 30만¤의 혈장처리가 가능한 중국공장과 연내 완공을 앞둔 100만¤ 규모의 캐나다 공장의 건립이 마무리되면 총 270만¤ 규모로 세계 5위권의 혈장처리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녹십자가 건립 중인 캐나다 공장은 올해 상반기 중에 건물 건립이 마무리 돼 예정대로 2019년에는 본격적인 상업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캐나다에 혈액제제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녹십자가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면 독점적 설비 구축에 따른 차별적 경쟁우위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퀘백주의 혈액사업 기관과 면역글로불린, 알부민 등을 최소 8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이와 함께 녹십자는 안정된 원료 혈장 공급을 위해 미국 현지 법인 Green Cross America(GCAM)를 통하여 지속해서 혈액원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총 8곳의 혈액원을 보유한 녹십자는 올해에도 3곳 이상의 신규 혈액원을 설립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미국 내 혈액원을 30곳으로 늘려 원료혈장을 연간 100만¤ 이상 공급 가능케 할 계획이다.


■ 50년 역량으로 세포치료제 육성

녹십자는 차세대 미래 성장동력인 세포치료제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지난해 녹십자셀과 녹십자랩셀 등 녹십자그룹내 바이오 가족사들이 입주할 셀센터를 착공했다. 녹십자의 셀센터는 연면적 2만800m²(6300평)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cGMP 생산시설 및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시설을 갖춰 아시아 최대 셀 센터로 건축될 계획이다. 녹십자셀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부문을 맡고 있는 녹십자의 자회사로 지난 2007년 간암 치료 면역항암제 이뮨셀LC를 국내에서 허가 받았다. 이뮨셀LC는 국내 세포치료제 중 최초로 연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뇌종양 등의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녹십자랩셀은 자연살해(Natural Killer)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다. 녹십자랩셀은 지난해 간암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등 치료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녹십자는 셀센터를 통해 세포치료제의 생산시설 확장 이외에도 해외시장 진출 및 차세대 신제품 연구개발부문에서 녹십자 R&D센터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여 글로벌 세포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공동기획=녹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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