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세탁기… 빨래 방법까지 알려드려요”

김지현 기자

입력 2017-09-29 03:00 수정 2017-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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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퀵 드라이브’ 개발팀 인터뷰

스마트 기능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탑재한 세탁기 ‘퀵 드라이브’를 2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개발팀이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정기 연구원, 임경애 그룹장, 황동윤 랩(Lab)장. 삼성전자 제공
세탁기는 그동안 ‘스마트홈 전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제품이다. 에어컨이나 냉장고와 달리 세탁물을 넣고 돌리지 않을 땐 늘 꺼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화가 늦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렸지만 고작해야 원격으로 켜고 끄는 수준이었다.

단순 ‘스마트 세탁기’에서 한 단계 더 진일보한 제품이 삼성전자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 2017)에서 처음 공개한 ‘퀵 드라이브’다. 퀵 드라이브는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능인 ‘큐레이터’ 솔루션을 탑재했다. 사용자에게 옷감이나 오염 정도에 따라 세탁법을 직접 제안하고 세탁 데이터를 서버에 축적하면 딥러닝을 통해 사용자의 세탁 패턴을 인식해내고 고장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는 미래형 세탁기다.

이 제품을 내놓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세탁기는 왜 더 똑똑해질 수 없는가’를 주제로 자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임경애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그룹장은 “12월부터 담당 팀이 북미와 유럽의 24개 가정으로 흩어져 직접 소비자들의 세탁기 이용법과 패턴을 조사하는 홈 비지트 연구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 결과 도출된 소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세탁기를 이용하는 건 쉬운데 ‘어떻게’ 세탁할지가 어렵다는 것.

황동윤 스마트홈 개발팀 랩장은 “우리는 세탁 버튼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소비자들이 편할까를 고민해왔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쓰면서 불편해한 점은 옷감에 따라 어떻게 적당한 물 온도와 세제의 양을 맞출까였다”고 했다. 임 그룹장은 “세탁물을 모아 세탁, 건조하기까지 총 17단계의 과정 중 7단계가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정신적 노동이었다”라며 “세탁기에도 친절한 AI 기능이 필요하다고 확신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큐레이터 솔루션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가 시간 관리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빨래는 세탁이 끝날 때까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큐레이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종료 시간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서 끝낼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해준다.

세탁기와 연동시킨 스마트폰 화면에선 티셔츠, 속옷, 아웃도어 등 21종으로 구분된 의류·옷감별로 맞춤형 온도와 코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함께 빨면 안 되는 재질은 동시에 클릭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빨래를 잘못해 옷이 줄거나 색이 변할 일이 없다. 큐레이터는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패턴을 저장하고 분석해 피드백을 준다. 예컨대 매주 셋째 주 토요일마다 아웃도어 의류를 빨래한다는 정보를 토대로 미리 알림을 주는 식이다. 세탁통을 청소해야 하는 시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11월 유럽 출시를 앞둔 이 제품은 구글 홈 및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추후 한국에 출시되는 모델은 삼성전자 자체 AI 서비스인 빅스비와 연동될 예정이다.

현재는 세탁물의 오염 정도만 소비자가 입력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커피, 음식물, 피 등 오염 원인별로 선택하면 그에 맞춘 세탁 코스 추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날 날씨와 연동해 세탁 여부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센싱 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하면 세탁물 종류를 소비자가 입력하지 않아도 세탁통에 넣으면 자동으로 오염도와 재질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전문 세탁소 수준의 서비스를 집 안 세탁기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게 삼성전자 세탁기팀의 최종 목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AI 세탁기가 계속 등장할 것”이라며 “다만 AI 기능을 적용하려면 데이터 서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사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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