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상사의 입장에서 내 업무를 바라보라

동아일보

입력 2017-09-27 03:00 수정 2017-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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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미 전문기자가 만난 커리어 멘토
코오롱인더스트리FnC 패션 본부장 김정림 상무


“오늘 아침에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까, 남편이 “무슨 할 얘기가 있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참 평범해서요.”

쉰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어려보이는 소녀 같은 인상으로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겸손하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김정림 상무(50). 하지만 그는 대기업에 드문 여성 임원으로,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패션 4 본부장을 맡아 골프 브랜드 ‘엘로드’,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를 총괄하고 있다.

“기획, 마케팅, 영업, 디자인 등 세 가지 브랜드와 관련된 서로 다른 영역의 업무를 묶어서 각각 다른 ‘비빔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제 리더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경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내 얘기만 하고 싶고, 사람들이 내 마음같이 안 움직여준다고 느끼기 쉽죠. 하지만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이해해주면, 결국 그게 업무 성과로도 이어지더라고요.”

김 상무가 회사에서 이끌고 있는 직원은 100여명에 이른다. 인원이 많다보니 일부러 스킨십 기회를 갖기 위해 신경을 쓴다. 틈틈이 일대일 업무 면담을 하는데, 힘든 일들에 대해 들어주고 커리어 관련 요청 사항은 메모 해놨다가 적극 반영한다.

“일대일 면담을 한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다들 노트북을 들고 쭈뼛쭈뼛 나타나더니 이제는 아주 좋아해요. 직원들의 생일을 기록해뒀다가 월별로 식사자리를 갖기도 해요. ‘생일 축하’ 명목으로 만나서 업무 외적인 관심을 보이고 개인사도 듣는 편이지요.”


엘로드는 필드에서 필요한 의류와 용품 등 모든 아이템을 아우르는 프리미엄 토털 골프 브랜드다. ‘Ideal Balance Beyond Golf'를 슬로건으로 단순히 골프를 위한 브랜드를 넘어 도심에서도 연출이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룩을 제안한다.


회사에서는 ‘누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해야


김 상무는 직장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위치보다 한 단계 위에서 바라보라”는 말을 즐겨한다고 한다.

“제가 대리 4년차였을 때, 사회 선배로부터 그런 조언을 들었어요. 실제 ‘상사 입장에서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니, 보고서도 기안서도 달라지더라고요. 요즘에는 ‘난 이런 게 궁금한데, 기안에 빠져 있어’라는 말을 제가 곧잘 하게 되죠(웃음).”

럭키슈에뜨는 전체적인 실루엣은 매니시하면서, 여성스러운 디테일이 돋보이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다. 정교하면서도 유쾌한 감각이 돋보여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그는 문제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강조한다. “또 일이 생긴 거야?”가 아니라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나의 사안을 볼 때도 사람들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잖아요? 누가 틀린 게 아니고 서로 다른 건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후배를 보면 안타까워요. 재능은 있어도 그런 관점을 못 바꾸면 퇴사하고 계속 회사를 옮겨 다니게 되더라고요.”

커스텀멜로우는 손꼽히는 인기 남성복 브랜드로 프리미엄 스트리트 웨어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전개해 화제를 모은다.

김 상무는 어릴 때 사회역사 과목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늘 그 배경까지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아버지 영향으로 20대까지 교사를 희망했던 그는 직장생활을 마친 후엔 ‘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해 후배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하고 싶다고.

“취미는 ‘멍 때리기’요?(웃음) 대학 2학년 때 동갑내기 친구로 만난 남편과 함께 전국 사찰 투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아들 둘이 있는데, 중 3인 둘째 아들은 기꺼이 엄마 아빠의 여행에 동참해줘요. 얼마 전에는 가족이 함께 열흘에 걸쳐 스페인, 포르투갈에도 다녀왔어요.”




■ 김정림 상무는…

1967년생. 숙명여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이랜드 MD 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 99년부터 쏘베이직 MD 팀장으로 일했다. 2003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당시 코오롱 패션) 신규 사업팀에 합류했으며, 이후 제이폴락 기획팀장, 시리즈 브랜드 매니저, 우먼즈 센터 매니저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1월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상무보로 승진해 패션 4본부 본부장으로 엘로드, 럭키슈에뜨, 커스텀멜로우 등을 총괄하고 있다.

글/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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