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개의 쇼… 여기는 패션전쟁터

김동욱 기자

입력 2017-09-21 03:00 수정 2017-11-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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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패션위크 2017’ 현장 가보니
모델-디자이너-스태프들 엉켜 백스테이지는 긴장의 도가니
한국 디자이너 6명 쇼룸 운영… 세로 줄무늬-체크-노란색 강세


세계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과 판매 계약을 논의하는 쇼룸. 런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6일 발생한 영국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로 거리에는 날카로운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 구급차 등이 쉽게 눈에 띄었다. 패션쇼장 주위에는 많은 경찰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계를 섰다. 하지만 테러도 영국 ‘런던패션위크 2017’의 열기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영국 최대 패션축제(15∼19일)가 열린 런던 시내 중심가의 ‘더 스토어 스튜디오’ 앞에는 쇼를 찾은 유명인과 모델, 디자이너들은 물론이고 특이한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을 찍으려는 카메라맨들로 북적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패션쇼의 단골손님인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관광객까지 얽히며 쇼 장 앞은 늘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 5년간 각종 패션쇼를 촬영해 온 전문 포토그래퍼인 휴고 리 씨는 “실험적인 패션이 많은 런던패션위크는 특히 젊은층이 열광하는 패션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2월과 9월 연간 두 차례 열리는 런던패션위크는 뉴욕, 파리, 밀라노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로 불린다. 1983년 시작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TV 생중계와 과감한 신진 디자이너 육성으로 2010년 4대 패션위크로 올라섰다.

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이번 런던패션위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로 줄무늬와 체크 패턴, 노란색의 사용이었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런던패션위크는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선도하기보다는 새로운 패션을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런던패션위크에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유돈 초이’의 최유돈 디자이너, ‘레지나 표’의 레지나 표가 쇼를 열었고 6명의 신진 디자이너가 직접 바이어와 만날 수 있는 쇼룸을 운영했다. 이탈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올해 처음 런던패션위크를 찾은 ‘늘’의 조성준 디자이너는 “최근 영화와 음악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과 판매 계약을 논의하는 쇼룸. 런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5일 쇼를 2시간 앞두고 찾은 한국 여성복 브랜드 ‘유돈 초이’ 백스테이지는 마치 전쟁터 같았다. 모델, 디자이너, 무대 스태프, 헤어·메이크업·액세서리 관계자, 브랜드 관계자 등이 좁은 공간에서 걷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분주히 오갔다. 한 관계자는 “다들 예민한 상태라 말을 걸기도 힘들 정도로 긴장감이 높다”고 말했다. 쇼 시작이 가까워오자 모델들은 익숙한 듯 주위 남성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입던 옷을 벗고 쇼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민망해지기 쉬운 상황이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제 할 일을 했다.

패션위크 현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쇼 시작 전 관람객으로 찾아온 유명인과 패션 관계자들도 패션쇼의 주인공이었다. 개성 있는 패션으로 무장한 유명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또 하나의 패션쇼인 셈이다.

쇼 관계자는 “유명인들은 쇼마다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유명인들끼리 색다르고 개성 있는 패션으로 경쟁한다”고 말했다.

런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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