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황금알 낳는 거위? 황금알 먹는 거위!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9-19 05:45 수정 2017-09-19 05: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스포츠동아DB

‘중국 리스크’에 경영악화…정부는 뒷짐
롯데·호텔신라 등 상반기 영업익 반토막

“호황땐 규제 간섭하더니 위기땐 모르쇠
공항 임대료·수수료 인하 등 대책 절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촉망받던 알짜 산업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사업권을 따낸 기업에게는 든든한 캐시카우(cashcow 기업의 수익창출원)을 잡았다는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업계 선두나 신규 진입 기업이나 모두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한때 유통,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 분야로 꼽히던 면세점 이야기다. 중국이 한국단체관광을 금지한 ‘한한령’을 본격 발동한 것이 3월 중순부터인데 불과 반년 만에 면세점들이 줄줄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영수치를 보면 ‘어렵다’는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74억원에 그쳤다. 호텔신라는 24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431억원)과 비교하면 반으로 확 줄었다. 후발업체들의 실적은 더 좋지 않다. 신세계디에프가 1분기 16억원, 2분기 44억 원 등 상반기에 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상반기 영업손실이 140억원에 달했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면세점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시내면세점으로 조직을 단일화하면서 축소했고, 임직원들이 연봉과 상여금을 일부 반납했다.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영업 규모를 축소했다. 두산의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을 단축해 오픈 당시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새벽까지의 심야영업을 아예 포기했다.

면세점의 ‘이름값’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했던 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도 일제히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제주공항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협의 끝에 연말까지만 영업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의 경우는 공항공사와 면세점간에 임대료 인하를 두고 소송까지 제기할 정도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 관광객에 쏠린 현재의 면세점 수익구조를 개선할 대안이 별로 없다. 흔히 시장 다변화를 대안으로 말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을 대체할 지역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 한때 ‘미래 전략산업’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 사업권 특허를 남발했던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시내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영업이 호황일 때는 관련된 온갖 부처나 기관에서 규제나 간섭을 하며 주도권을 쥐려 하더니, 상황이 어려운 지금은 누구도 나서지 않고 그저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자세로만 일관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한 예로 장사 잘된다고 면세점 수수료율을 대폭 올려놓았는데, 그 논리면 지금처럼 경영이 어려운 때는 낮추거나 유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공항 임대료 인하 문제 등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에 대해 당국자들이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