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예술가들의 애환 담은 이야기 쇼… 구성은 다소 산만

김정은기자

입력 2017-09-12 03:00 수정 2017-09-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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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연출가 성기웅이 구보 박태원과 이상을 다룬 연작 중 하나인 연극 ‘20세기 건담기’. 두산아트센터 제공
구보 박태원, 시인 이상, 소설가 김유정, 화가 구본웅 등 1930년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을 무대 위로 소환했다. 실존했던 등장인물 덕분에 익숙할 법도 한데, 어쩐지 낯선 형식의 연극이다.

성기웅 연출의 신작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는 1936년 경성을 배경으로 실존 예술인들의 행적을 ‘이야기 쇼’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은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스스로를 ‘건담가(建談家·말로 많이 떠들어대는 사람)’라 칭하며 입담으로 주변 문학인들을 웃기고 다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인지 막이 오르면 구보와 이상이 라디오 쇼를 통해 21세기 미래의 청중을 향해 만담 커플처럼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상의 캐릭터는 유쾌하고, 구보 박태원의 캐릭터는 다소 진중하다. 여기에 몸이 쇠약한 소설가 김유정, 이상에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화가 구본웅이 가세하며 본격적인 극이 진행된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등장인물들은 마치 속사포처럼 랩을 하듯 대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이런 형식을 띠다 보니 관객에게 다소 피로감을 주는 게 아쉽다. 만담부터 라디오 드라마, 변사 쇼, 악단 공연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야기 쇼’를 이어가며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과 이를 견디며 살아가는 조선 예술가의 아픔과 애환을 토로하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행인 건 만담 장면 사이사이에 김유정과 이상이 죽어가는 과정 등을 일부 넣은 점이다. 그 덕분에 이야기의 연결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극을 끌어가는 배우들의 힘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박태원 역의 이명행, 이상 역의 안병식, 수영이 역의 백종승, 김유정 역의 이윤재, 구본웅 역의 김범진 등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작품에 힘을 싣는다. 특히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만담 형식에서 이야기의 맛을 살려내는 이명행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1만∼3만 원. 02-708-5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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