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용]보우사파밀리아

홍수용 논설위원

입력 2017-09-11 03:00 수정 2017-09-1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사람들이 자기보다 운전을 느리게 하는 사람은 멍청이라 하고, 자기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은 미친놈이라고 한다”고 일갈했다. 이 세태 비판이 그를 사회비평가의 반열에 올려놨다. 자기중심적인 편견에 빠져 있는 현실을 이보다 아프게 꼬집은 말도 없다. 착각에 빠진 사람이 권력자라면 그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자신만 세상을 똑바로 본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부류가 정치인들이다. 미국의 민주당 의원이나 공화당 의원들은 정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자기 당이 제안한 것이라면 어떤 정책이라도 지지한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도 야당일 때는 모든 정책의 발목을 잡다가 여당이 되면 일제히 찬성으로 돌아서는 아전인수 격 행태를 보인다. 정치인의 뇌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단순한 것일까.

▷‘21세기 자본론’을 쓴 좌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브라질 좌파정권 당시 소득 불평등이 거의 줄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003∼2010년 집권한 기간 빈곤층에 현금을 지원한 보우사파밀리아 정책이 큰 효과를 봤다는 통설을 뒤집은 것이다. 좌파 경제학자의 좌파정책 비판은 이념에 따라 정책을 줄 세워온 관행을 거스른 신선한 충격이다. 브라질 노동자당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축소됐다고 펄펄 뛴 것은 같은 좌파에게 일격을 당한 배신감 때문일지 모른다.

▷브라질 빈곤층은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피케티가 소득분배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보우사파밀리아의 효과를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 피케티의 진단은 새로운 실험에는 늘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 미국의 푸드 스탬프, 일본의 고령자 지원책이 의도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정부 지원금이 예금이나 장롱 안으로 잠기는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해서다. 우리 정부가 현금을 직접 쥐여 주는 방안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정책 추진 과정에 반영한다면 피케티의 분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