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판소리 원더풀”… 10분간 이어진 커튼콜

김정은 기자

입력 2017-09-11 03:00 수정 2017-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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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예술축제 초청된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전쟁 패배 후 노예로 끌려간 왕비 헤큐바(김금미)가 딸 카산드라 공주(이소연)를 부여안고 통곡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한국의 판소리가 이렇게 강렬한 음악인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120분의 공연이 끝난 뒤 10분간 이어진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극의 70% 이상을 이끈 헤큐바 역의 김금미는 러닝타임 내내 비장한 오열을 쏟아내며 한의 정서를 잘 살려냈다.

싱가포르예술축제에 초청돼 8일(현지 시간) 빅토리아예술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 대한 반응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고전 ‘트로이 전쟁’ 3부작 가운데 하나인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트로이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왕비 헤큐바를 비롯해 트로이 여인들이 그리스에 노예로 끌려가기 직전의 이야기를 그렸다. 각색을 맡은 극작가 배삼식이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원작과 달리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흥미로운 건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된 뛰어난 외모의 헬레나 역을 여배우가 아닌 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가 맡았다는 점이다. 여장 연기를 선보인 그는 오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연기를 펼쳐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설자로 등장한 안숙선 명창 역시 시작과 끝에 등장해 극의 흐름을 정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에서 활동해온 싱가포르 국민 연출가 옹켄센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 대한 현지 언론과 관객의 관심은 상당했다. ‘옥자’의 음악을 담당한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나선 데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싱가포르 주요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은 9일자 신문에서 ‘순수한 감정의 뮤지컬(A musical of pure emotion)’이란 제목의 리뷰 기사를 통해 “국립창극단의 작품은 관객의 넋을 빼놓고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옹켄센 연출이 일본 등 다양한 국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많이 봐온 회사원 마크 쳉 씨(25)는 “강렬한 한국의 전통 음악과 판소리와 모던한 무대 연출이 조화를 이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세계 각국의 공연 배급·유통 관계자들을 비롯해 싱가포르 관객 500여 명이 관람했다.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은 현지에서 예정된 3회 공연이 모두 전석 매진됐다.

이 작품은 11월 22일∼12월 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2018년 5, 6월에는 브라이턴 애튼버러센터,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에서 영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싱가포르=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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