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간-장소 맞춰 오는 무인택배車… 앱으로 무인택시 호출도

한우신 기자 , 임현석 기자

입력 2017-09-11 03:00 수정 2017-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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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바꿀 미래사회]<1> 미리 본 첨단 자동차 사회

4월부터 일본에서 시험 운행에 들어간 무인택배 배달차량은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배달원 없이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물건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후지사와=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지난달 31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후지사와(藤澤)시. 기자는 ‘로보네코 스토어’라는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쌀을 주문했다.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도 입력했다.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장소는 야마토 운수회사의 창고 앞.

얼마 지나지 않아 밴 형태의 택배 차량이 다가왔다. 택배 차량 안에는 9개의 택배함이 설치돼 있었다. 미리 받은 QR코드를 차량에 장착돼 있는 인식기에 갖다 대자 기자가 주문한 쌀이 들어 있는 택배함의 문이 열렸다.

일본 최대의 택배회사인 야마토 운수는 올해 4월부터 1년간 게임기업인 DeNA와 합작 프로젝트로 무인택배 차량인 ‘로보네코(로봇고양이) 야마토’를 만들었다. 현재 후지사와 시내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통한 무인배송을 실험 중이다. 현재는 안전을 위해 사람을 태우고 운전 중이지만, 내년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무인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배달원과 만나지 않아도 택배 수령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서비스에 대한 호응이 높았던 이용자들은 낮 시간에 택배를 받기 힘들거나 택배직원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층이라는 게 야마토 운수 측의 설명이다.

일본은 미래 자동차 기술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발굴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대표적 나라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과 치안 불안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미래차 기술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야마토 운수와 DeNA의 협력은 게임기업에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DeNA와 물류 인력 부족에 허덕이던 야마토 운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일본의 택배나 오토바이 운송회사는 명절 등 성수기에는 시간당 1만3000엔(약 13만4000원)에 임시 직원을 모집해도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타케야마 가즈오 야마토 운수 프로젝트 매니저는 “무인택배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로봇벤처기업인 ZMP도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무인택배 사업에 뛰어들었다. ZMP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무인택시 상용화에 도전하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요타의 미니밴 에스티마를 개조한 차량이 도쿄 오다이바 지역의 공용도로에서 한창 시험 운행 중이다. 올해 말부턴 일부 도로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주행 시험도 할 예정이다. 다니구치 히사시 ZMP 대표는 “2020년엔 도쿄의 주요 호텔과 선수촌, 공항 등을 잇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무인택시는 특히 외국인과 여성 승객들이 반길 만하다. 무인택시는 스마트폰 앱으로 부르는 방식으로 다국어 서비스와 지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바가지 요금이나 택시 강도 등 범죄에 대한 걱정은 감소한다. 여기에 ZMP는 택시 운전자들이 고령화되면서 발생하는 운전 미숙 문제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여름 핀란드에서 시험 운행된 무인버스는 대중교통을 오지로도 확산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탐페레=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핀란드는 국토의 상당수가 산악 지역이고 눈도 많이 와 대중교통이 취약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인버스를 활용하려 한다. 탐페레에서 무인버스에 탑승했던 한 대학생은 “어서 무인버스가 늘어나면 좋겠다. 지방에 있는 친척과 친구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는 기차역까지만 대중교통이 연결돼 있다. 역에서 산골 동네까지 가려면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무인버스가 정착되면 산악지방에 사는 노인 주민들도 필요할 때마다 버스를 불러 이용할 수 있다.

핀란드 무인버스를 개발한 기업은 프랑스 벤처기업 이지마일이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 이지마일 연구소에서는 무인버스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많은 사람이 타는 버스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그만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인버스는 차량 지도 정보에 입력된 경유지와 목적지에 정확하게 문이 열려야 한다. 곡선을 돌거나 내리막길에서는 스스로 속도를 줄여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지마일 연구소에서는 지금도 안전 기술에 대한 실증 실험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 앞에 달린 센서와 카메라가 휠체어나 노인이 든 지팡이를 인식해 탑승 받침대를 자동으로 내려주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해질수록 무인버스의 활용 가치는 높아진다. 그자비에 살로르 이지마일 세일즈 매니저는 “무인버스는 활주로를 오가는 안전한 이동차량으로 유용하고, 단체가 이용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 무인버스 자체를 체험하는 관광 상품 등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인버스를 운행하는 노하우도 사업적인 가치가 크다. 핀란드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임에도 무인버스 도입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핀란드는 무인버스 서비스와 운행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핀란드 탐페레기술대의 로니 우트리아이넨 연구원은 “자동차 제조 기업이 없는 핀란드지만 무인버스 운행 시스템을 개발해 다른 나라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자동차를 통해 대중교통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복지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툴루즈·탐페레=한우신 hanwshin@donga.com / 후지사와·도쿄=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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