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왕 짐 로저스 속성 정복, 통찰하라 그리고 투자하라

동아경제

입력 2017-09-09 13:00 수정 2017-09-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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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올려 월가의 전설로 기록된 ‘투자왕’ 짐 로저스. 중국의 부상을 이미 30년 전 예언했던 그가 최근 내한해 들려준 투자의 기준과 유망 투자처.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75)가 8월 초 내한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야구 경기장에 뒹구는 빈 병을 주워 돈을 벌었을 정도로 재테크 감각이 남달랐다. 미국 금융계에 입문한 지 2년 만인 1972년, 그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라는 헤지 펀드를 설립해 이후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기록한 일은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됐다. 1980년 38세에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오토바이로 세계 일주를 감행해 〈기네스북〉에 오르고, 이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짐 로저스는 직접 세계를 누비며 보고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메가트렌드를 예측하는 통찰가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30년 전 이미 중국의 부상을 예언했다. 10년 전인 2007년 두 딸과 함께 뉴욕 맨해튼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한 것도 그때 이미 ‘아시아의 시대’를 예견해서다. 8월 5일 KBS 〈명견만리〉가 마련한 그의 강연에 이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많은 1천5백여 명의 청중이 몰린 이유다.

‘투자자는 호기심으로 세상을 체험하고 이해해 미래를 예측하는 모험가’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한국에 머문 1주일 동안 노량진 학원가에서 판문점까지 곳곳을 누볐다. 또 “한국의 공무원 열풍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랑하는 일을 찾는 청년이 줄어들면 5년 안에 대한민국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겉모습은 백발의 노인이지만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누구든지 활짝 웃게 할 만큼 청년 같은 기백과 위트가 넘치는 그에게 투자의 길을 물었다.

지한파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합니다. 1999년 한국에 처음 왔는데, 올 때마다 재미있는 경험을 했거든요. 제 딸들도 한국 팬입니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무척 좋아하죠.


▼투자처로서도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한국은 이미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투자처로서는 큰 매력이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극심한 가계 부채와 소득 불균형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한국 10대들의 첫 번째 꿈이 공무원이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도 10대가 공무원을 꿈꾸는 경우는 없습니다. 합격률이 1%가 조금 넘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공부하는 청년들의 노력은 대단하지만, 젊은이들이 절망적일 정도로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혁신이나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한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인구가 7천5백만 명에 이르게 되고, 남쪽의 자본력과 투자 기술이 북한의 싼 노동력을 만나 굉장히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삼성, 현대, LG 같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투자하고 싶은 곳이 있나요.
한국이 이번 대통령 선거 이후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코스피 지수 연동형 펀드인 한국 ETF를 통해 그런 기업에 간접 투자는 하지만 개별적인 직접 투자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 기업은 지난 30~40년 동안 놀라운 성공 스토리를 써왔지만 그건 한국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량진 공시족과 셀카 찍는 짐 로저스(왼쪽).

북한의 은행과 관련 있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투자하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좀 와전된 얘기입니다. 제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북한과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를 찾으려고 한 건 맞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북한의 기념주화를 많이 모았어요. (주머니에서 기념주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런 금화와 은화가 소장 가치가 높아요. 다만 금이나 은 시세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죠.

앞으로 유망한 지역은 어딘가요.
베트남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하며 정부에서도 창업 자금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젊은이들이 창업에 성공하려고 도전을 거듭하고 있기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낼 거라 믿어요.

월가의 전설이 된 4200%의 수익률을 올린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굉장히 열심히 일했고,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해서 그런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격변의 시기에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실수를 합니다. 실수가 모두 헛된 것은 아닙니다. 실패나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반드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기준이 뭔가요.

‘시장에 저평가돼 있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곳을 찾는 것’이 첫 번째 투자 원칙입니다. 가격이 싼 게 포인트가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그런 곳에 투자하면 누구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못 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손해가 크지 않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청년의 열정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회는 청년이 실패를 해도 다시 지원합니다.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세 번째 원칙은 ‘나쁜 빚을 경계하라’입니다. 미국은 막대한 빚을 내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는데 이것은 좋은 빚이에요. 나쁜 빚은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고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그런 경우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게 만들었으니까요.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믿고 투자하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합니다. 뉴스나 인터넷에 나온 내용을 믿고 투자한다면 돈을 잃을 것입니다. 저마다 관심 분야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패션이든 자동차든 뭐든 간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그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런 변화가 보일 때 자신의 식견을 믿고 투자하면 됩니다. 잘 알아야 사고팔 타이밍도 간파할 수 있고, 좋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다른 사람이 당신의 생각을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살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는 당신의 생각이 정답이에요.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으면 합니다. 철학은 사고의 폭과 깊이를 심화하고 남과 다른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또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주위에서 당신이 하려는 일을 반대하면 기뻐하십시오. 그럴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웃음).

사진제공 KBS 디자인 김영화

editor 김지영 기자

<이 기사는 여성동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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