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회장, 이동걸(李東杰)가고 이동걸(李東傑) 온다

송충현기자 , 강유현기자

입력 2017-09-08 03:00 수정 2017-09-0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후임에 동명이인 진보학자 내정
“삼성-현대 없어져도 걱정안돼” 주장

수출입은행장엔 은성수 내정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李東傑)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64)가 내정됐다.

금융위원회는 7일 이 내정자를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재정·금융 정책을 조언했고,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이 내정자는 전임자인 이동걸(李東杰) 전 산은 회장과 동명이인이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산은 내부에서는 ‘구걸’ ‘신걸’로 부른다. 이름은 같지만 성향이나 경력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주도한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금융인이다. 경력의 대부분을 신한은행 등 민간에서 쌓았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혈세를 투입해서라도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을 지켜주는 게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봤다.

반면 학자 출신인 이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등 진보 정권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재벌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줄이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들이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사 기고 등을 통해 “재벌가의 탐욕스러운 천박성이 경제를 죽인다” “삼성, 현대가 없어진다고 걱정하지 말자” 등의 표현을 사용해 ‘급진적 재벌개혁론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이 내정자가 앞으로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늘려 이 기업들의 일자리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하는 데 정책금융기관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연명시키기보다는 이들에게 냉정한 구조조정의 원칙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금융정책에 발을 맞추겠다”며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에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56)을 현재 공석인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임명 제청했다. 은 내정자는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을 지낸 정통 국제금융 관료다.

전날 금감원장에 이어 산은 회장, 수은 행장의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 후속 인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주에 손병두 금융위 상임위원이 금융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공식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KB금융은 8일 23명의 1차 후보군을 3명 안팎으로 압축한다. 이 후보군에 윤종규 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모를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보증보험과 Sh수협은행장 인선 절차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