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 비과세 폭넓게 인정될듯…‘무늬만 과세’ 우려

뉴스1

입력 2017-09-05 09:26:00 수정 2017-09-05 09: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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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소득과세에서 종교인 소득 중 업무 관련된 판공비는 비과세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과세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목사 등 종교인들의 소득 중 판공비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데다 판공비 항목이 종교인들의 자의적 조정 여지가 큰 탓에 자칫 ‘무늬만 과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기획재정부는 국세청과 함께 종교계 의견수렴을 거쳐 종교인 소득기준 등의 내용을 담은 종교인 과세 안내책자를 오는 10월 말 배포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책자에는 종교인 과세 제도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종교인 소득 기준, 사례별 문답(Q&A) 등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길 계획이다.

정부는 기독교(개신교)에 종사하는 종교인(목회자)가 얻는 수입 중에서 업무 관련 비용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소득자의 경우처럼 업무 관련 경비를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자신에게 들어오는 소득 중에서 경비로 인정받는 금액이 많을수록 세금이 적어진다.

문제는 경비로 인정될 수 있는 판공비가 일반적인 근로소득자와 달리 목회자 월급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통상 개신교 목사는 직장인 월급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사례비 외에 자녀교육비·사택지원비·부흥회비·생활비·도서비·건강관리비 등 수당 성격의 판공비를 월급여에 포함해 받는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를 예로 들면 월급여가 700만원인데 그중 200만원이 기본급 성격의 사례비이고, 나머지 500만원은 각종 수당 성격으로 받는다. 소득의 70% 이상이 판공비인 것이다.

기재부는 정기적으로 받는 판공비 중에서 업무와 무관한 비용은 과세대상으로 삼되, 업무 관련 비용은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령 업무 관련 책을 구입하기 위해 받은 도서비는 비과세가 되고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비용 등 개인소득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목회자가 판공비를 업무 관련 비용으로 받고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규명하기 쉽지 않다.

경기도에서 3년째 목회 중인 A교회 목사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경우 골프도 많이 치는데 이 돈을 대부분 판공비에서 처리한다”며 “교단 총회 관계자나 교회 관계자와 교단·교회 행사에서 골프를 치면 이를 업무로 볼 것인지 개인적인 행동으로 볼지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 알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목회자 자신이 사실상 본인 월급여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개신교 중 대한예수교장로회는 교회 내 장로들이 교회 재정을 감안해 목회자의 월급여 수준을 결정하는데 교회 내 가장 영향력이 큰 목사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예방,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8.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기독교한국침례회는 교회 내 운영위원회가 목회자의 월급여를 결정하지만 이를 최종 승인하는 것은 목사다.

교인 500명의 서울 B교회에서 재직 중인 부목사는 “목사의 판공비는 과세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판공비 항목은 (담임목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천징수 의무자인 종교단체가 정당하게 회계처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신고되지 않는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노출이 될 수 있고, 그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부 종교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세무조사의 경우 종교단체의 장부, 서류 중 의심되는 종교인의 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만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할 수 있으며 종교단체 자체를 조사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종교계 의견을 듣고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다음달 말까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기준을 정해 책자를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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