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유소년축구대표팀 “이태석 신부님, 저희가 왔어요”

이형주 기자

입력 2017-09-05 03:00 수정 2017-09-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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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국에 베푼 사랑 감사” 묘소 찾아 찬송가 부르며 추모

4일 아프리카 남수단공화국 유소년축구대표팀이 전남 담양군 이태석 신부 묘소를 찾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고 있다. ‘남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린 이 신부는 남수단 오지 톤즈에 병원을 짓고 의료와 교육봉사를 하다 암에 걸려 2010년 세상을 떠났다. 담양=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프리카 남수단공화국 유소년축구대표팀이 정부를 대표해 고 이태석 신부의 묘소를 찾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남수단공화국 유소년축구대표팀 선수와 임원 22명은 4일 오후 2시 전남 담양군 월산면 천주교공원묘지 성직자묘역의 이태석 신부 묘소를 참배했다. 이날 참배는 남수단 교육·체육장관이 이 신부의 묘지를 찾아 정부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하라고 요청해 이뤄졌다. 생전 남수단 톤즈에서 봉사의 생을 보낸 이 신부의 삶은 내년 남수단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다고 한다.

지난달 26∼31일 경북 영덕에서 열린 국제축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단은 이날 고인의 묘소에 헌화한 뒤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한 뒤 묵념했다. 이어 개신교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우린 극복하리라’를 불렀다. 선수 대표 사이먼 피티아 군(15)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라 남수단에서 질병과 고통을 이겨내며 희생적인 삶을 산 신부님이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감사 편지를 읽었다. 중학생 또래 선수들의 맑은 눈이 진실하고도 엄숙하게 빛났다.

피터 압터스트 선수단장(66·전 체육차관)은 “이 신부는 48년 생애 중 황금 같은 10년을 남수단에서도 오지인 톤즈에서 봉사했다”며 “고인이 되셨지만 남수단 사람들 가슴에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넓은 톤즈 지역에서 의사는 고인 혼자였다”며 “하루에 환자 60∼70명을 치료하면서 정작 자신의 암 치료 시기는 놓쳐 버렸다”며 애도했다.

다큐멘터리 ‘울지 마 톤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 신부는 2001년 사제품을 받고 톤즈에서 교육, 의료봉사를 했다.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이 신부는 병실 12개의 작은 병원을 짓고 한센병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보살펴 ‘남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다. 2010년 향년 48세로 선종했다. 고인의 형인 이태영 신부(인천 갈산동성당)는 “동생은 생전에 남수단에서 생활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며 “남수단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남수단 대표팀은 5일 출국한다. 함께 온 김기춘 남수단 한인회장(66)은 “이 신부의 고귀한 삶이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지만 감수를 해줄 기관이 없어 난감하다”며 “한국 정부기관이 교과서 내용을 검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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