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생일 잔칫날 MBC사장 체포영장… ‘경영진 물갈이’ 압박

유성열기자 , 김민기자 , 이지훈기자

입력 2017-09-02 03:00 수정 2017-12-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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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MBC와 KBS 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김장겸 MBC 사장에게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방송의 생일인 ‘방송의 날(3일)’ 행사 날에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정부가 기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의 칼을 뽑아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공영방송 정상화’를 놓고 방송사 노사는 물론이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 등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김 사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 요청으로 MBC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는 서부지청의 출석 요구에 4차례 넘게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C노조는 6월 1일 “2012년 MBC 총파업과 노조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자와 PD들에게 가한 부당 징계가 71건, 부당한 교육 발령과 전보 배치가 187명에 이른다”며 “김 사장 등 MBC 경영진이 부당하게 징계하고 전보했다”고 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MBC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서부지청은 백종문 부사장과 최기화 기획본부장, 안광한 전 사장 등 전·현직 간부들을 소환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포착해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로 전환했다. 김 사장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응하자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 90주년,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한 김 사장은 5시 45분경 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지자 2부 축하연 시작 전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영장 발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자택인 여의도 A아파트로 돌아가지 않고 모처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다음 주초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정권의 탄압이 사장 체포영장 발부로 노골화됐다”고 비판했다. 일종의 노동쟁의 사건과 관련해 조사 불응을 이유로 현직 언론사 사장을 체포하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MBC와 KBS 최고위 간부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방송의 날 행사에는 정부와 여권 주요 인사가 모두 불참했다. 참석 예정이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취소했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신 오기로 한 나종민 1차관도 불참했다. 그 대신 박위진 미디어정책관(국장급)이 참석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당시 황교안 총리가 참석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MBC 정상화’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에 고용노동부는 김 사장의 구속 수사를 전제로 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후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지난달 22일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는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김 사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방송을 죽이려고 기획하고 있었던 것에 개탄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늦게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2일 의원총회를 갖고 정기국회 보이콧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성열 ryu@donga.com·김민·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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