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밀어주고 끌어주고 함께 정상에 선다

신수정기자

입력 2017-08-29 03:00 수정 2017-08-2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더불어 잘사는 경제’ 위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벗어나
노사, 협력업체 동반성장해야… 주요 기업들 상생경영에 박차


게티이미지뱅크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

지난달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맥주를 들고 외친 건배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상생,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 경제철학을 당부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상생경영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서 벗어나 노사, 협력업체, 고객,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경영전략이다. 한국의 경영학 거장으로 평가받는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삶의 정도(正道)’에서 “생존경쟁이라는 거친 현실이 이 세계를 슬프게 한다. 삶의 정도는 생존경쟁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 삶의 길을 떳떳하게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삶의 정도를 ‘너 살고, 나 살고’라는 문구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내가 주는 것의 대가가 받는 값의 비용보다 비싸면 내가 살 수 있고, 내가 주는 것의 가치가 가격보다 높으면 너도 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가치>제품의 가격>제품의 원가’라는 부등식 조건이 만족돼야 생존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인간(기업)이 상생하려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나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삶의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생경영은 재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도 핵심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협력사들이 경쟁력을 갖춰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인 곳이 많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호프미팅에서 문재인대통령은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 라고 건배사를 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DB

삼성전자는 협력사를 위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2010년부터는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우리은행과 1조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에 최대 90억 원까지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다. 올해 6월부터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는 새로운 대금 지급 프로세스도 실시했다. 협력사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도 개발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2013년 3600억 원이었던 동반성장 펀드 규모를 올해 6200억 원으로 늘렸다. 이 펀드를 통해 협력업체에 저금리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협력사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2006년부터 운영 중인 동반성장아카데미 참여 대상을 2차 협력사로 확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그룹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인 만큼 협력업체, 해외 파트너, 나아가 고객과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서로 돕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기술 개발 협력, 특허개방, 기술지원, 금융지원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LG 계열사는 사내 컨설팅 전문인력을 협력사에 파견해 지난해 5200여 건의 기술을 지원했다. 앞으로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 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경쟁력 공유, 기술력 및 재무 지원,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동반성장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9월부터는 두산중공업 퇴임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자문단이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 자문단은 퇴임 2년 미만의 연구개발(R&D), 설계, 품질, 생산, 사업관리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효성은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강화해 협력업체가 겪는 문제점을 듣고 기술, 시스템, 판로 개척, 재무 등 전반적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취임사에서 “효성을 경청하는 회사로 만들겠다. 협력사는 소중한 파트너로서 세심한 배려로 상생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CJ대한통운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협력사 등과 함께 경쟁력을 강화해 동반성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물류서비스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17만여 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물류비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활동을 통해 상생경영을 적극 추구하는 기업들도 있다. CSV라는 용어를 처음 선보인 경영석학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CSV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나 정책”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2월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라는 사회공헌 분야의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그룹 통합 차원의 체계 구축에 나섰다. 2010년 시작된 ‘기프트 카 캠페인’은 저소득층 이웃의 성공적 자립을 돕기 위해 창업용 차량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시즌6 캠페인까지 총 216대의 차량을 사회 곳곳에 전달해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청년 및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창업과 자립을 돕는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사랑받는 롯데’를 만들기 위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창업전문 투자법인을 설립해 스타트업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는 선발된 스타트업에 초기자금 및 각종 인프라, 멘토링을 제공해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 스타트업 20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청년창업 육성 프로젝트로 ‘청년식당’ 제도도 운영 중이다. 매장 운영 기회와 메뉴 개발, 고객 응대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올 6월 구리점에 4호점을 선보였다.

KT는 통신사로서 기가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사회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전현직 KT 직원들이 IT 역량을 발휘해 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IT 교육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임직원이 함께하는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기금에 회사가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실시하고, 임직원의 자원봉사 독려를 위해 유급 자원봉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