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우 셰프의 오늘 뭐 먹지?]해장 끝판왕, 생선 쌀국수 ‘분까’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입력 2017-08-24 03:00 수정 2017-08-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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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에머이의 쌀국수. 정신우 씨 제공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요즘 쌀국수의 인기가 심상찮다. 수준 높은 베트남 음식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연일 베트남 음식이 올라온다.

세계에 베트남 음식이 전해진 것은 베트남전쟁 이후 세계 각국에 흩어진 보트피플 덕분이다. 국내에서는 1976년 베트남 난민 대표로 회장을 맡았던 레티퐁뉴가 난민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려고 간이 음식점인 ‘나트랑’을 연 것이 처음이라 전해진다. 이후 서울보다 지방에서 베트남 음식점의 명맥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베트남 식당이 경기 부천의 ‘월남집’, 인천 부평시장과 신반포시장의 ‘뉴사이공’이다. 당시 인기 메뉴는 베트남 튀김만두인 ‘짜조’, 베트남 김치로 불리던 ‘즈어무오이’, 돼지갈비와 닮은 ‘스언느엉’ 등이었다. 아시아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99년에서야 쌀국수와 월남쌈이 국내에 자리 잡았다.

베트남 남부 호찌민의 대표 쇠고기 쌀국수인 ‘퍼보’는 우리가 먹는 쌀국수와 비슷하다. 얇게 썬 양파와 숙주, 쪽파, 쇠고기와 함께 고수와 라임을 곁들인다. 달짝지근한 국물 맛에 혀가 지끈거릴 정도로 간이 세다.

북부 하노이의 쌀국수는 호찌민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다. 그중에서도 내 영혼을 쏙 빼놓은 쌀국수는 다름 아닌 생선 쌀국수인 ‘분까’다. 얼큰하고 새콤하면서 동시에 후끈한 기운이 올라와 속이 확 풀리는, 말 그대로 해장 국수다.

쇠고기 쌀국수도 남부의 맛과는 다르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맛을 지니고 있다. 허기질 땐 베트남 꽈배기인 ‘반꺼이’와 곁들여 먹으면 든든하다. 하노이의 기특한 점은 굳이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크고 작은 가게에서 담아내는 음식들이 대부분 만족스럽다.

사실 쌀국수는 다국적 문화의 합작품이다. 19세기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역사에서부터 기인한다. 프랑스 ‘포토푀’(쇠고기와 뼈를 채소 등과 함께 고아서 만든 육수)와 중국 광둥 지방의 국수, 베트남 쌀이 만난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의 향토 음식이란 기원설도 존재한다.

우리라고 쌀국수만 한 국수가 없겠는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잔치국수, 막국수 한 그릇이 빛나는 앞날도 응원해 본다.

● 에머이 서울 종로구 종로12길 6-20, 02-733-0588, 쌀국수 9000원
● 프렌치포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M SPACE빌딩 102호, 02-511-7689, 쌀국수 9000원
● 분짜라붐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7, 02-749-4993, 쌀국수 9000원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cafe.naver.com/plate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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