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과 목수가 만났을때…
김선미기자
입력 2017-08-11 03:00 수정 2017-08-11 03:00
‘재료에서 예술까지’ 전시회… 흙과 나무의 컬래버레이션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이 23일까지 여는 ‘재료에서 예술까지’ 전시는 김시영 도공(60)과 이정섭 목공(46)의 작품 50여 점을 한데 어울러 선보이고 있다. 흙과 나무의 ‘컬래버레이션’인 셈이다.
10일 백악미술관에서 만난 김 도공의 자기는 흑자(黑磁)였다. 그는 연세대 금속공학과 재학 중 화전민 터에서 발견한 검은 파편의 매력에 빠져 흑자를 만들어 왔다. 푸른 바다색, 메탈 색, 하늘의 별자리가 고스란히 담긴 듯한 검은색…. 그중 한 흑자는 윗부분이 녹아내린 듯 찌그러져 있었다.
“아, 가마에서 불 온도를 계속 높여봤더니 저렇게 꺼져 내렸어요. 그런데 산에 가보면 바위 모양새들이 신비롭잖아요. 우리는 그동안 반듯하고 예쁜 형태의 도자만 익숙하게 봐 와서 그렇지, 저 형태도 자꾸 보면 좋아 보일 것 같아요.”
이 목공은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강원 태백의 한옥학교에서 집짓기를 배우며 목수가 됐다. 2002년 그가 홍천에 세운 내촌목공소는 꽤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선보인 참나무 가구 탁자는 ‘과연 가구 맞나’ 싶을 정도다. 긴 나무 판 10여 개가 터벅터벅 쌓여 있는 게 아이들 장난감 ‘젱가’를 떠올리게 했다. 심플함의 ‘끝판 왕’이다.
“인터넷을 보면 이 세상 디자인이란 디자인은 다 있어요. 그런데 그 디자인이 저 개인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잘 깎은 기단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죠. 몸의 움직임을 통해 얻어지는 게 소중해요. 우리가 마크 로스코(1903~1970·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그림 앞에서 감동을 받는 건 빨강과 흰색이 만나는 오묘한 지점, 즉 고귀한 노동의 결과 때문 아닐까요.”
전시를 큐레이팅한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흙과 나무의 물질 자체의 본성에 천착했다”며 “도자와 가구가 생활 기기로서 조형적으로 윤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도자와 가구의 미래를 물어봤다. “백자와 청자만큼 자연을 담은 흑자도 사랑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김 도공) “한 치 앞도 모르는데 가구의 미래를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양심 있는 작가라면 계속 새것을 추구해야겠죠.”(이 목공)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0일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김시영 도공(왼쪽)과 이정섭 목공이 자신들이 만든 가구와 흑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른바 ‘SKY’ 출신으로 강원 홍천에 사는 도공과 목수가 한 공간에서 멋들어지게 만났다.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이 23일까지 여는 ‘재료에서 예술까지’ 전시는 김시영 도공(60)과 이정섭 목공(46)의 작품 50여 점을 한데 어울러 선보이고 있다. 흙과 나무의 ‘컬래버레이션’인 셈이다.
10일 백악미술관에서 만난 김 도공의 자기는 흑자(黑磁)였다. 그는 연세대 금속공학과 재학 중 화전민 터에서 발견한 검은 파편의 매력에 빠져 흑자를 만들어 왔다. 푸른 바다색, 메탈 색, 하늘의 별자리가 고스란히 담긴 듯한 검은색…. 그중 한 흑자는 윗부분이 녹아내린 듯 찌그러져 있었다.
“아, 가마에서 불 온도를 계속 높여봤더니 저렇게 꺼져 내렸어요. 그런데 산에 가보면 바위 모양새들이 신비롭잖아요. 우리는 그동안 반듯하고 예쁜 형태의 도자만 익숙하게 봐 와서 그렇지, 저 형태도 자꾸 보면 좋아 보일 것 같아요.”
이 목공은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강원 태백의 한옥학교에서 집짓기를 배우며 목수가 됐다. 2002년 그가 홍천에 세운 내촌목공소는 꽤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선보인 참나무 가구 탁자는 ‘과연 가구 맞나’ 싶을 정도다. 긴 나무 판 10여 개가 터벅터벅 쌓여 있는 게 아이들 장난감 ‘젱가’를 떠올리게 했다. 심플함의 ‘끝판 왕’이다.
“인터넷을 보면 이 세상 디자인이란 디자인은 다 있어요. 그런데 그 디자인이 저 개인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잘 깎은 기단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죠. 몸의 움직임을 통해 얻어지는 게 소중해요. 우리가 마크 로스코(1903~1970·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그림 앞에서 감동을 받는 건 빨강과 흰색이 만나는 오묘한 지점, 즉 고귀한 노동의 결과 때문 아닐까요.”
전시를 큐레이팅한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흙과 나무의 물질 자체의 본성에 천착했다”며 “도자와 가구가 생활 기기로서 조형적으로 윤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도자와 가구의 미래를 물어봤다. “백자와 청자만큼 자연을 담은 흑자도 사랑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김 도공) “한 치 앞도 모르는데 가구의 미래를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양심 있는 작가라면 계속 새것을 추구해야겠죠.”(이 목공)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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