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두명 떠날때 한국엔 한명 온다

손가인기자

입력 2017-08-11 03:00 수정 2017-08-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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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국방문 외국인 전년대비 27% 감소 전망… ‘관광 수지’ 비상

한국 관광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이 심각하다. 올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의 규모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2배가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역대 최다 외국인 관광객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예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255만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27.2%나 줄어든 반면 해외로 떠나는 국민은 18.9% 늘어 266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웃바운드 관광객(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이 인바운드 관광객(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역대 최고였던 2007년(2.06배)의 기록을 갈아 치우게 된다. 김영주 한국관광공사 홍보팀장은 “중국의 금한령(禁韓令)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관광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본은 유례없는 ‘관광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1∼6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1375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4%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다 관광객이다. 이 중 한국인이 339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행 발길을 끊은 중국인(2위) 328만여 명도 포함돼 있다. 중국인의 일본 관광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나 늘었다. 올해 방일 한국인(734만여 명)이 방한 일본인 수(216만여 명)의 3배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격차는 역대 최고라고 공사 측은 밝혔다.

이처럼 한일 양국 관광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진 한국의 관광정책에서 1차 원인을 찾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한일 국제관광 정책 분석’ 보고서는 다국어 표기 및 서비스가 미흡한 한국의 대중교통체계를 대표적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벨기에에서 한국을 찾은 토마스 씨(30)는 “외국인이 한국 버스를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유 여행을 계획했지만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 안내판에는 한국어 발음을 소리대로 표기한 알파벳 외에 다른 정보가 없고, 한국의 대중교통 애플리케이션도 외국인에게는 생소해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 여행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길찾기 서비스인 ‘구글맵’도 규제 문제로 한국에서는 현재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일본은 2015년 후반 대대적인 대중교통 다국어 표기 및 오자 수정 정책을 펼쳐 관광객 편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호환이 되지 않는 한국의 교통IC카드와 달리 일본은 전국 통용 카드와 대중교통을 통합한 관광 패스 상품을 마련했다.

쇼핑도 문제다. 특히 관광객의 쇼핑 기회와 범위를 넓히는 중요한 관광 콘텐츠 중 하나로 주목받는 사후면세점에서 일본과 차이가 난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물건을 사서 출국할 때 공항에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 미국 하와이에 사는 조너선 씨(27)는 “지난해 겨울 일본 홋카이도로 여행을 갔는데 작은 지방 상점에서도 면세가 가능해 전통 소스 등 다양한 물건을 사왔지만 한국에서는 사후면세점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후면세점은 지난해 기준 2만9047곳이지만, 한국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774곳에 불과하다.

이성태 문광연 부연구위원은 “숙박시설 관리법, 비자제도 개선, 항공노선 확대 정책도 일본에 비해 우리가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관광시장을 살리기 위해 관련 부처가 협업해 관련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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