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진 “건축은 업그레이드된 KTX”

김선미기자

입력 2017-08-08 03:00 수정 2017-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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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건축 ‘미다스의 손’ 민성진 SKM건축사무소 소장의 독특한 ‘건축학개론’

구름을 형상화한 힐튼부산 1층 복도에 선 민성진 SKM 소장. SKM 제공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KTX’ 같은 휴양건물을 짓고 싶었어요.”

최근 만난 민성진 SKM건축사무소 소장(53)은 난해한 말을 했다. 자신이 건축 설계한, 요즘 ‘핫한’ 휴양시설인 ‘아난티 코브’를 두고 KTX라니….

“KTX는 ‘좋은 공유’의 개념을 확장시킨 사례 같아요. 부자들도 부산에 갈 때 기사가 모는 승용차 놔두고 KTX를 탈 때가 많잖아요. 빠르고 편리하니까요.”

바다를 건물 안으로 한껏 끌어들인 감각적 설계로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한 아난티 코브. 지난달 중순 부산 기장군에 문을 연 아난티 코브는 회원제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90채)와 아난티 레지던스(128채), 일반 호텔인 힐튼부산(객실 310개)이 어우러져 있다.

“회원제 리조트와 호텔을 함께 둬서 부자만 누리던 혜택을 중산층도 함께할 수 있게 했어요. 또 별장을 소유하는 것보다 좋은 리조트의 회원이 되는 게 편리하고요. 지하철, 병원, 학교, 장기적으로는 주거용 건물까지 공유의 영역이 넓어질 겁니다.”

민성진 소장의 대표 건축물. 왼쪽부터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올해 7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2006년), 경기 가평군 아난티클럽 서울(2012년). 에머슨퍼시픽 제공
힐튼부산에는 마을 형태의 상업시설과 초대형 서점이 있다. 리조트 회원과 부산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대개의 호텔에 있는 폐쇄적 지하 아케이드와 다르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곳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벤치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고, 대형 도서관 같은 서점에서 책을 볼 수 있게 했어요.”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건축학 학사),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도시계획학 석사)을 마치고 1995년 SKM을 설립한 뒤 경기 파주시 북시티 헤르만하우스(2004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2005년) 등을 디자인했다. 이후 부동산개발업체 ㈜에머슨퍼시픽의 이만규 대표(47)와 함께 국내 리조트업계의 ‘스타 건축물’들을 지었다. 유선형 티타늄 건물로 경남 남해의 랜드마크가 된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2006년), 뉴욕타임스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건축 45’로 선정한 경기 가평군 아난티클럽 서울(2012년)…. 서로를 존중하는 이 대표와 민 소장은 건축주와 건축가의 신뢰의 롤 모델로 통한다.

“예전의 콘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시설이 많았어요. 공유하는 것은 대부분 싸고 안 좋다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보고 싶었죠.”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는 전 객실이 바다를 향하면서 프라이빗 풀과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힐튼부산은 로비를 10층으로 끌어올려 장대한 바다 풍광을 마주하게 했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 바다가 고향 같아요. 바다의 깊고 긴 호흡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투숙객이 각각 바다 위 성주(城主)가 되면 좋겠네요.”

그는 경북 경산시의 한 실버타운도 설계하고 있다. 날렵한 메탈 건축물이다. “국내 실버타운의 개념을 바꿔보겠다는 프로젝트예요. 어르신들도 세련되고 편리한 건물에 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들어갈 땐 심리적 저항이 크지만 정작 들어가면 굉장히 편한, 노년을 공유하는 건축물이 실버타운이에요.”

“건축은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담는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휴양은? “점점 더 자연, 가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우리가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쉼을 찾을 겁니다. 공유시설을 업그레이드해 궁극적으로는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개념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비로소 그의 ‘업그레이드된 공유 건축론(論)’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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