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월의 바르셀로나… 차가운 청포도수프

동아일보

입력 2017-08-07 03:00 수정 2017-08-0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스페인의 여름 음식 ‘가스파초’.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나의 고향 오키나와의 여름은 정말 덥고 습하다. 적응하기도 힘들었던 어린 시절 여름을 생각해 보면 기억나는 것은 수박과 빙수다. 속 시원하게 차게 보관된 수박을 받아들고 달지 않다고 불평하면 엄마는 소금을 살짝 뿌려주었다. 신기하게도 단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동네 단팥죽(젠자이)을 파는 가게에서는 얼음을 갈아 단팥과 ‘모찌’를 위에 얹고 여러 가지 색깔의 과일시럽을 뿌려주었다. 일본 전 지역에서 흔히 젠자이를 주문하면 따듯한 단팥죽을 주지만 오키나와에서는 당연히 찬 빙수를 얘기한다.

한국의 팥빙수, 일본의 긴토키라는 녹차빙수, 필리핀의 바오빙, 중국의 할로할로, 하와이 특유의 빙수 그리고 요즘엔 우유나 생과일을 그대로 얼린 것을 갈아 시럽과 단팥, 모찌에 코코넛과 리치까지…. 여러 가지 열대과일과 견과류 등이 더해져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얼음뿐만 아니라 차가운 수프나 샐러드 등도 여름 더위를 식히는 데 한몫한다. 8월 바르셀로나 날씨는 마치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기온이 34도까지 오르고 굉장히 습하다. 대부분의 가게는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문을 닫는다. 유명한 레스토랑에 오후 8시 예약을 한 후 저녁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들어갈 때 텅 빈 식당을 보고 잘못 예약을 한 것 아닌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식사를 거의 마치고 디저트를 먹을 때 두 번째 손님이 들어 왔는데 그때가 10시였다. 차가운 야채수프인 가스파초는 토마토나 청포도를 주재료로 크게 두 가지를 만든다. 마늘, 올리브오일과 전날 먹다 남은 빵을 넣고 갈아 되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아몬드가 들어가는 청포도 가스파초는 고소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인데, 알람브라에서 살던 무어족에 의해 아랍의 영향을 받은 수프이다.

보르스치는 사워수프라고 해서 동유럽에서 만들어졌다. 따뜻하거나 차게, 고기 생선 야채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비트를 사용해 만든 수프이다. 익혀서 간 비트를 시원하게 만든 후 사워크림과 딜을 넣어 먹는다. 진한 핑크색 비트에 하얀 사워크림을 얹으면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국인에게 삼계탕은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아이들이나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은 “시원하다”이다. 먹으면서 흘러내리는 땀의 양을 생각하면 평소에도 땀이 많은 나로서는 겁부터 난다. 의학적으로도 이런 뜨거운 음식들이 장기를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식욕과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땀을 배출시키면서 몸의 열기를 낮춘다니 이열치열의 효과가 대단한 것 같다.

땀 얘기하다 보면 한국의 달콤하면서 매운 요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뜨거운 열기 또는 매운 고추로 인한 열기가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보다 열을 내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 한다. 한국의 여름은 냉면과 매운 요리들 그리고 삼계탕까지 모든 해답을 제시하는 것 같다.

투명하고 깊이 우러나는 육수에 쫄깃한 메밀면, 진하고 깊은 맛을 내주었던 고기 두 점, 달콤하고 아삭한 배, 반쪽 난 달걀까지…. 한국의 여름밤을 영원히 기억하게 해주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