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진 면세점들 “솟아날 구멍을 찾는다”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8-07 05:45 수정 2017-08-0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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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문을 연 서울 인사동의 SM면세점 매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SM면세점은 최근 매장 규모를 6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요즘 면세점들은 중국발 사드보복에 촉발된 위기를 견디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퍼스널쇼퍼’ ‘보따리상’ 겨냥 마케팅
매장 규모 줄이는 구조조정도 단행
면세점 비리 검찰 수사 등 난제 산적

면세점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들은 ‘사면초가’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각종 난제에 휘말려 있다. 우선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조치(금한령)가 3월15일 본격 발효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이 73.7%나 줄었다. 2위인 호텔신라도 면세사업의 영업이익이 2분기 기준 47%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 선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때는 경쟁이 치열했던 공항면세점은 매출 부진에 높은 임대료로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관세법 개정을 통한 면세점 특허수수료율 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첩첩산중의 상황 속에서 면세점마다 다양한 전략으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먼저 주목하는 것이 보따리상이다. 현재 면세점들의 영업이익은 많이 줄었지만, 매출 자체는 의외로 선방하는 분위기다. 한국면세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7월 면세점 외국인 고객은 106만4279명으로 지난해보다 42.6% 줄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6억8856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약간 늘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공백을 중국 보따리상(代工 따이공)이 상당 부분 채우면서 나온 현상이다. 보따리상들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주기 때문에 이익은 많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매출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손 큰 고객, 이른바 ‘퍼스널쇼퍼’를 겨냥한 스페셜 마케팅도 위기타개를 위해 나온 대안이다. 한 번 쇼핑에 수 억 원까지 쓰는 중국인 퍼스널쇼퍼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통한 매장 확대도 적극적이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홍콩 첵랍콕공항의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다. 2013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은 5번째 해외 점포다. 롯데면세점도 6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진출 덕분에 롯데는 최근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서 미국 DFS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 면세점 비리 검찰수사, 공항임대료 등 난제 수두룩

악화된 영업환경에 맞춰 사업규모를 현실적으로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SM면세점은 최근 서울 인사동 시내면세점 규모를 6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나투어 SM면세점은 지난해 279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도 29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매장 축소의 구조조정으로 적자폭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업계의 이러한 노력들이 매출 반등효과보다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하든 유지하는 고육책에 가깝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렵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변수에 따라 업계 판도가 확 바뀌는 격변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면세점 비리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면세점 특허를 받은 기업들 중에 수사 결과에 따라 비리가 드러날 경우 사업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이익이 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된 면세점 공항 매장도 골칫거리다. 전에는 공항에 입점했다는 상징성이 커 손해를 감수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올해 한화면세점이 제주공항점 특허를 반납하고 8월31일자로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제주공항공사의 요청으로 후임 사업자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영업을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사드 사태의 장기화로 적자가 커진다며 공항 임대료를 낮춰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면세점 임대료에서 얻는 공항(인천공항 66.5%)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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