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수진]“10대 꿈 공무원인 한국, 흥미 없다”

조수진 논설위원

입력 2017-08-05 03:00 수정 2017-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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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홀딩스의 회장 짐 로저스(75)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린다. 27세 때인 1969년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했다. 1980년까지 12년 동안 420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해 ‘전설’이 됐다. 그는 직접 세계를 누비며 보고 들은 내용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가로도 유명하다.

▷1990년 6대륙 52개국 10만 마일을 모터사이클로 돌아본 뒤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시 중국은 톈안먼 사태 이후 개혁·개방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갸우뚱했지만 그의 예언대로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그가 “한국, 투자처로 흥미 없다”고 일갈했다. ‘한국 경제 100년’을 전망하는 방송 프로그램 촬영차 방한해 내놓은 진단이다.

▷로저스 회장은 서울 노량진 ‘공시촌’을 찾아 하루 15시간씩 공부한다는 학생들을 만나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대들의 꿈이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가 아닌, 공무원이라는 건 슬픈 일”이라며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신흥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실제로 청소년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공무원은 늘 최상위권에 오른다. 프랑스는 대통령, 장관, 고위직 공무원을 배출하는 국립행정학교(ENA) 입학을 목표로 일찌감치 ‘열공’에 나서는 10대들이 있지만 극소수 엘리트의 일일 뿐이다. 로저스 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업무나 직위와는 상관없이 ‘그냥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년씩 머리를 싸매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 같다.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신념 때문이라면 모를까 오로지 ‘안정’을 위해 너도나도 공무원의 길을 가려는 건 아쉽고 안타깝다. 국가공무원 시험의 역사가 100년이 넘은 영국은 10대, 20대 사이에서 공무원이 ‘혐오 직업’으로 추락했다. 급여가 사회 평균 수준보다 낮은 데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어서란다. 청년들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로저스 회장의 ‘족집게 예언’이 빗나가야 할 텐데 답답하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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