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매수 뛰어든 개미들 ‘비상’

신민기기자

입력 2017-08-04 03:00 수정 2017-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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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혐의 KAI 주가 폭락… 시총 3분의 1 증발
대주주 수출입銀-국민연금 큰 손실… 감사 맡은 삼일회계 불똥 튈수도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 및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금융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투자자 피해와 감독 책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3일 코스피시장에서 KAI 주가는 전날 16.57% 급락한 데 이어 12.10% 하락 마감했다. 이틀에 걸친 주가 폭락으로 KAI의 시가총액은 5조1100억 원에서 3조7500억 원으로 1조3600억 원이 증발했다. 검찰이 KAI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5조9500억 원)과 비교하면 21일 만에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현재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6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지분을 전량 사들였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8.04%를 갖고 있다. 이번 주가 폭락으로 국민의 혈세와 노후자금이 손실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 중 유일한 민간기업인 한화테크윈의 주가도 KAI와 함께 이틀째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우려도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이후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은 1114억 원, 기관은 672억 원의 KAI 주식을 매도한 반면에 개인투자자는 1768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KAI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KAI의 회계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면 주가의 바닥을 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련 의혹이 밝혀질 때까지는 투자 판단을 미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식회계로 판명되면 KAI의 최대주주였던 산업은행과 외부 감사를 맡아온 삼일회계법인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과정에서도 경영감독 부실 책임이 드러난 바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2009년부터 KAI의 외부 감사를 맡고 있으며 KAI의 재무제표에 모두 ‘적정’ 의견을 냈다.

한덕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수년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는 수주 산업의 특성상 기업이 스스로 매출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KAI의 상반기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14일 공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KAI에 대한 정밀 회계감리에 들어갔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심사국장은 “분식회계 등 혐의를 자세히 살펴볼 예정으로, 길면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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