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필터 버블’…네이버는?

이명건기자

입력 2017-08-01 20:14 수정 2017-08-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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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편집국장 역할을 하고 있다.”

6월 7~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17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 노르웨이의 일간 신문 아프텐포스텐의 에스펜 에일 한센 편집장은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를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중립적인 플랫폼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 책임이 저커버그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매일 전세계의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달되는 신문 등 언론의 뉴스가 비정상적으로 통제, 편집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아프텐포스텐은 2016년 가을 페이스북 페이지의 사진 게재 문제로 페이스북 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아프텐포스텐은 노르웨이의 작가 톰 에이란이 쓴 ‘전쟁의 공포’라는 글과 함께 베트남전의 실상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일명 ‘네이팜탄 소녀’ 사진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는데 페이스북 측이 이 사진을 삭제했던 것. 1972년 미군이 베트남 정글을 태우기 위해 투하한 네이팜 탄 때문에 옷에 불이 붙은 9살 소녀가 알몸으로 뛰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어린이 누드 기준을 위반했다는 게 삭제 사유였다.

당시 아프텐포스텐은 페이스북의 삭제 조치를 비난하며 이 사진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고 페이스북 측은 아프텐포스텐에 “사진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에일 한센 편집장은 저커버그 CEO에게 항의의 뜻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신문 1면에 게재했고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도 항의에 공개적으로 동참했다. 전세계의 많은 네티즌도 페이스북을 비판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사진이 이미지로서 가진 역사적, 세계적 중요성을 인식한다”며 사진 게재를 허용했다.

이 일로 아프텐포스텐은 5월 22일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서 ‘Best in Show’상을 받았다. 전세계 196개 언론사가 출품한 655개의 작품 중 1등으로 선정된 것이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아프텐포스텐 사례는 오늘날 ‘뉴스 공급자’와 ‘콘텐츠 공급자’ 사이의 혼란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페이스북처럼 뉴스를 유통시키는 플랫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언론사는 아니면서 언론사의 ‘편집자’ 역할을 하면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남아공 더반의 WEF에 참석한 한센 편집장은 “페이스북이 언론사가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기사를 공유하고 관여하고 토론한다. 이를 감안할 때 페이스북이 언론사가 아니라면 결국 세계의 모든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수문장(게이트 키퍼)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커버그는 발전된 알고리즘을 통해 그의 편집권을 행사한다. 그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볼 것과 보지 않을 것을 통제한다”며 “이러한 알고리즘은 넷플릭스를 볼 때는 편리할 수 있어도 민주주의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라는 원칙에는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센 편집장은 “일고리즘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s)을 일으키며 사회를 양극화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버블에 갇혀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소비하고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에서 네이버 다음 등 한국의 포털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뉴스를 잘 보이는 곳에 올리느냐’, 즉 편집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7월 5일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2017’ 행사에서 유사한 뉴스들을 모으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거친 뉴스들 가운데 편집자(사람)가 메인에 반영할 기사를 고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시스템이 ‘자의적 뉴스 편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 직접 편집 △인공지능(AI) 추천 및 알고리즘 영역 확대 △사용자 구독/추천 등 피드백 강화 등의 대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센 편집장이 문제로 지적한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필터 버블’ 현상을 네이버 알고리즘은 일으키지 않을까. 네이버 측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뉴스가 자동 취사, 선택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사용자의 설정 기능 확대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역시 모두 네이버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것들이기 때문에 ‘자의적 편집’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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