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엔 ‘분신 로봇’이 참석… 日 근로자 6만명 텔레워크 실험

장원재 특파원

입력 2017-07-26 03:00 수정 2017-07-2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日 첫 ‘원격근무의 날’ 현장

“집에 있어도 마치 회의실에 있는 것처럼 참석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분신 로봇입니다.”

24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분쿄(文京)구 ‘도쿄 텔레워크(원격근무) 추진센터’. 높이 21.5cm의 자그마한 로봇 ‘오리히메’가 아이패드 조작에 따라 고개를 젓고, 손을 들고, 박수를 쳤다. 머리와 몸통에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회의실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다. 통신업체 NTT가 이미 이 로봇들을 구입해 재택근무 사원들에게 나눠줬다. 단순한 시연용 로봇이 아니라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은 실용적 로봇인 셈이다.

옆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가 있었다. 머리에 쓰자 눈앞에 항공기 엔진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손가락으로 움직이니 엔진이 360도 회전했다. 특정 부위를 선택하면 확대해 볼 수도 있다. 직원은 “이 기기를 활용하면 초보자도 원격으로 베테랑 직원의 지도를 받으면서 복잡한 기기를 수리할 수 있다”며 “일본항공(JAL)에서 조종사 및 정비사 훈련용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24일은 일본 정부에서 정한 ‘제1회 원격근무의 날’. 3년 뒤 도쿄 올림픽 개막일에 맞춰 원격근무 기념일로 정한 데에는 올림픽 기간 도쿄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런던 시내 기업의 80%가 재택근무를 활용해 교통난을 해소한 적이 있었다. 이를 눈여겨보아 왔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21일 당시 런던시장이었던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을 만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오늘은 간부 전원을 포함해 도청 직원 1000여 명이 원격근무 중”이라며 “원격근무 확산을 도쿄 올림픽의 레거시(유산)로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격근무 주무부처인 총무성은 이날 전국에서 927개 회사 및 기관의 근로자 약 6만 명이 원격근무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원격근무 확산은 일단 도쿄 올림픽 대책용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만성적인 대도시 출퇴근 혼잡 완화와 여성 인력 활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을 다녔던 기혼 여성들을 일터로 복귀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결혼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착된다면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문을 연 추진센터는 분야별 전문지식을 가진 컨시어지가 배치돼 상담, 체험, 보조금 신청 등 원격근무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일본 내 첫 시설이다. 정부와 도쿄도가 함께 만들고 운영한다. 인재파견회사 파소루그룹은 이날 인터넷과 프로그램 사용 기록, 키보드 사용 횟수 등을 분석해 근무 실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감시당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직원은 “눈에 안 보여도 확실하게 일한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시차비즈’(출퇴근 시간을 다양화하는 것),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업무를 처리하면 근무로 간주하는 제도) 등 각종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일하는 방식을 다양화해 일손 부족을 해결하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재택근무가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대기업 위주라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할 경우 기업당 최대 150만 엔(약 152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