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또 ‘촛불 청구서’… 이번엔 공공기관장 10명 퇴출 요구

유성열 기자 , 한상준 기자 , 최혜령 기자

입력 2017-07-19 03:00 수정 2017-10-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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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적폐 기관장’ 지목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 부문 노동조합이 공공기관장 10명을 ‘적폐 기관장’으로 규정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노동계의 대(對)정부 압박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공공기관장 인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 척결과 공공대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성과연봉제 폐지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대개혁을 위한 퇴출 대상 공공기관장 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홍순만 코레일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대형 공공기관장은 물론이고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등도 포함됐다.

공대위가 밝힌 명단 선정 기준은 △국정 농단 세력 임명 인사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알 박기’ 인사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 또는 미폐기 △국정 농단 세력 부역 인사이다. 공대위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거부하는 적폐 기관장 때문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적폐 기관장들이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즉시 사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추가 명단 발표를 예고했다.

하지만 노동계 안팎에선 공대위의 진짜 목적은 성과연봉제 폐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서 원장과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제외한 8명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성과연봉제 폐지 방침을 밝혔음에도 이 기관장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적폐 기관장’으로 낙인찍었다는 얘기다. 양대 노총의 발표에 대해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기재부는 공공기관장의 임명권이나 임명제청권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명단에 오른 공공기관장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래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취임) 1년 반 만에 양대 노총의 적폐 기관장으로 선정됐다. 노조는 사람을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적폐로 만드는 신통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적폐는 오랜 기간 쌓이는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과거 정권에서 해외 자원 개발을 하며 과실을 향유해오다 과거와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는 그들이 적폐”라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의료 농단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공공의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기관장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장차관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공공기관장 인선도 순차적으로 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처럼 임기가 만료됐거나 임박한 기관이 대상이다. 청와대는 친박(친박근혜)계 기관장을 의도적으로 솎아내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역풍을 우려해서다.

다만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MBC 등이 대표적이다. MBC 김장겸 사장의 임기는 2020년까지다. 한 여당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교체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교체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 있다면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명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날 양대 노총의 ‘적폐 기관장’ 발표가 여권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유성열 ryu@donga.com·한상준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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