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화 “쟁점은 ‘배포 동의’했냐는 것…‘빼주겠다’는 말 없었다면 찍지 않았다”

동아일보

입력 2017-07-18 08:18 수정 2017-07-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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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곽현화/전망좋은집 포스터

배우 곽현화가 장문의 글을 통해 영화 ‘전망 좋은 집’ 이수성 감독의 기자회견과 관련한 입장을 전했다.

곽현화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최근 이수성 씨가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부분이 저의 ‘혐의 없음’으로 드러나고 2차 공판의 결과가 얼마 안남은 이 시점에, 이수성 씨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해서 저도 굉장히 놀라고 당황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곽현화는 “언론에 신경 쓰지 않고 판단에 골몰하실 판사님들께 누가 될까 싶어 입장표명을 고민하였다”면서 “하지만 이수성 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결국 실시간으로 저의 이름과 사진이 오르내리고 각종 추측성 댓글과 악플이 난무하여, 부득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곽현화는 “이 사건의 쟁점은 문제가 되는 노출신을 강제로 찍었느냐가 아니다. 문제의 장면을 배포하는 것에 동의하였느냐, 이를 동의해서 찍은 것이냐는 것”이라면서 “이수성 씨는 계약당시 시나리오와 콘티에 노출장면이 그대로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처음부터 저는 다 찍기로 해놓고 뒤늦게 편집해 달라고 떼를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저의 입장은 이러하다”면서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가슴노출장면이 있어서 찍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수성씨 측에서도 그럼 그 장면을 빼고 계약하자고 해서 응했다. 그런데 제가 계약 후에 받은 시나리오와 콘티에 그 장면이 있어서 ‘이건 안 찍기로 한 거 아니냐’ 했을 때 이수성 씨는 ‘맞다 이 장면은 찍지 않는다’고 그 장면에 X표를 했다. 그래서 저는 ‘동의 하에 촬영한다’라는 계약조항을 믿고 저도 계속 촬영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수성 씨는 법정에서 왜 시나리오와 콘티를 바꿔달라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하더라.저는 이수성 씨에게 영화인들 면전에서 그 질문을 다시 해보라고 반문하고 싶다. 문제가 되는 장면은 한 씬의 한 컷이다. 영화는 각각의 씬에 여러 컷으로 구성이 된다. 그 씬들이 모여 영화가 되는 거다. 컷은 씬보다 작은, 화면 하나 하나다. 문제가 된 것은 한 ‘컷’이었다. 그 장면은 찍지 않아도 스토리 전개상으로도, 촬영장소이동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장면을 빼서 그 두꺼운 시나리오와 콘티북을 몇 십 권 다시 복사해서 스탭들에게 나눠주라고 한다? 예산 1억짜리 저예산영화에서?”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같은 경우 콘티가 그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저예산 영화 같은 경우 제작비, 상황에 따라 장면을 넣기도 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두꺼운 콘티북을 전체 다 복사해서 재배포하는 경우는 드물다. ‘시나리오와 콘티는 고정불변이고 이것이 계약서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이수성 씨의 얘기는 영화판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업계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할만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수성 씨 말대로 처음부터 제가 다 노출신을 찍기로 계약했던 것이 맞다면, 제가 이수성 씨에게 ‘왜 제 동의 없이 이 장면을 넣었느냐?’라고 물었을 때 ‘원래 곽현화 씨가 찍기로 한 것 아니었느냐. 계약서 조항이 원래 그렇지 않았느냐?’라고 한 번이라도 왜 말하지 못했는지 이수성 씨에게 묻고 싶다”면서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한 이수성 녹취록에는 ‘미안하다. 내가 현화 씨 동의 없이 노출신을 넣었다. 제작사가 시켰다. 전화해서 물어봤어야 했는데 내가 전화하지 못했다. 내가 미쳤었다. 잘못했다’는 말 밖에 없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이수성 씨가 아니냐고 묻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 계약서 찍기 전 상황을 알고 있는 프로듀서님, 추후에 편집을 담당했던 편집감독님도 다 처음에 통화에는 ‘곽현화가 노출신을 찍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고 곽현화가 동의해서 노출판에 배포된 줄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분들은 법정에서는 이수성 씨 앞에서 경황이 없어서 한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왜 이 분들은 경황이 없는데 하필 이런 말을 했을까? 경황이 없어서 하는 말이 왜 똑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너무 속상한 댓글은 ‘애초에 왜 찍었냐’라는 말이다. 한 마디로 피해자인 제가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계약서 쓸 때도 저는 노출장면은 찍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그 노출장면 찍는 날 감독님이 저를 따로 불러서 ‘연기자로서 성공하고 싶지 않느냐 이 장면 필요하다’라고 얘기했을 때도 전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재차 거부하자 ‘정 그렇게 걱정되면 일단 찍어놓고 나중에 편집본을 보고 현화 씨가 빼달라고 하면 빼주겠다’ 이렇게 말했다. 저도 빼주겠다는 감독님의 말이 없었다면 절대 찍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화감독님들께, 배우들에게, 스텝들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이걸로는 너무 부족해서 이수성씨가 자기 마음대로 제 가슴노출 장면을 배포한건 제 과실인거냐고 말이다”면서 “제가 이 영화로 받은 개런티는 400만 원이다. 드라마, 예능을 찍어도 한 달 간 영화 찍어서 받은 400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이수성 씨의 말대로 제가 ‘성인영화’인줄 알고 찍었다면 왜 그 돈을 받고 찍었을까? 이수성 씨가 홍상수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도 아닌데 말이다. 저는 성인영화라고 했으면 처음부터 절대 찍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했고, 처음으로 받은 주연 제의에 열심히 연기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영화 전반에 베드씬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예술적으로 잘 연출해주시겠지.. 라는 믿음으로, 연기자로 자리매김해서 많은 분들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한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수성 씨가 그렇게 억울하다면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들을 녹음본 그대로 공개하는 건 어떨지 묻고 싶다. 극장판 편집본을 보고 나와서 한 대화도 있고, IP TV 배포된 것을 알고 한 대화도 있다. 저는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지난 3년 버틸 수 있었다. 재판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끝까지 버티고 싶다. 씩씩하게 헤쳐 나갈 거다. 이 글은 변호사와 의논해서 함께 작성한 입장표명문이다. 본인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표명 글에 대하여 명예훼손 고소를 또 하시는 촌극은 하지 않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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