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형마트 입점 상권영향’ 첫 조사

노지현 기자

입력 2017-07-17 03:00 수정 2017-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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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이태원-마곡동 3곳 용역 발주… 건축허가前규모조정 등 개입 의도

서울시는 구로구 고척동, 용산구 이태원동,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설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에 미칠 영향을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상권영향조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최근 ‘대규모 점포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조사 대상은 코스트코가 들어서는 구로구 고척동, 대형마트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령부 부지, 복합쇼핑몰 건립 논의가 오가는 강서구 마곡동이다.

이번 용역에서는 해당 지역 소상공인 500명 이상, 골목 상권 이용객 500명 이상에 대한 면접조사를 통해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변 상인들이 입을 매출 타격과 업종별 민감도를 분석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가 용역을 발주한 것은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내주기 전이라도 시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지 가늠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영업 시작 60일 전까지 주변 상권에 미칠 영향을 스스로 평가한 뒤 지역협력계획을 관할 구청에 제출하게 돼 있다. 그러나 건물을 다 지어 놓고 영업을 앞둔 상황에서 상권영향조사를 해도 사업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같은 절차로는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을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경제민주화 특별시’ 선언 당시 대형마트 건립 초기 단계부터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제3자가 객관적으로 조사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건축허가 전에 대형마트 건물 규모를 조정하거나 판매품목을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시의 이 같은 개입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건축허가 전에 주변 상인들이 극심하게 반발해 허가를 미룬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3년 4월 상암동 부지 2만644m²를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롯데쇼핑에 매각했으나 인근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4년 넘게 쇼핑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던 롯데는 결국 롯데마트 입점을 철회했다. 그러나 상생 계획을 놓고 롯데 측과 주변 상인들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는 쇼핑몰 건립 허가를 빨리 내달라며 올 5월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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